[2008/07/17] 우리말) 압화와 누름꽃

조회 수 3108 추천 수 123 2008.07.17 08:46:25
중요한 것은,
압화, 누름꽃, 꽃누르미 모두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요즘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사전에는 '압화'를 넣지 말고 '누름꽃'과 '꽃누르미'만 넣기를 빕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시 덥다죠? 걱정입니다.

어제 보낸 편지에서 제 실수가 있었네요.
'깨나른하다'와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은 '께너른하다'가 아니라 '께느른하다'입니다.
김정기 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 자료 찾을 게 있어 누리집을 좀 싸돌아 다니다 보니 구례군에서 대한민국 압화대전을 했다는 게 나오네요.
오늘은 '압화'를 알아볼게요.

'압화'는
꽃이나 식물 따위의 수분을 없앤 뒤 말려서 눌러 꽃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Pressed flower라고 하는데 이 말을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압화(押花)'라고 한 게 굳어진 겁니다.
1980년대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고, 1990년대부터 일반에 퍼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받아들이면서 왜 그런 한자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압화라 하지 않고 '누름꽃'이라 하거나 '꽃누르미'라고 합니다.
한국꽃누르미협회도 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압화, 누름꽃, 꽃누르미 모두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요즘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사전에는 '압화'를 넣지 말고 '누름꽃'과 '꽃누르미'만 넣기를 빕니다.

사회에서는 압화를 덜 쓰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쓰려 힘쓰는데,
국가기관에서 사전을 만들면서 압화는 표제어로 올리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빼버리지는 않겠죠?

내친김에 하나 더 볼게요.
야생화입니다.
야생화는 野生花로 들에 피는 꽃입니다.
이를 '들꽃'이라고 하면 더 멋진 향이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구례군 야생화 압화대전보다는
구례군 들꽃 꽃누르미나 들꽃 꽃누름이 더 멋있지 않나요?
구례에 가면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야생화 압화전시관이 있습니다.
이것도 들꽃 꽃누르미 마당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야생화나 압화 보다는
들꽃과 꽃누름이 사람을 더 끌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영어나 한자를 좇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집안에 멋진 수석이 있는데,
미국 개천에서 가져온 돌을 미제나 외국산이라고 좋아하는 꼴은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일대/일부/일원]

저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회사 직원들과 함께,
지난 폭설로 피해를 본 농가에 일손을 도우러 갑니다. 무너진 하우스를 치우러 가는 거죠.
(‘피해를 당한’이라고 하지 마세요.)

며칠 전에 행정실 직원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봤더니,
‘전북 고창 일대’로 간다고 하더군요.
저 말이 맞다면, 이틀간 고생깨나 하겠군...

어제 안 것이지만, 다행히 ‘고창 일대’로 가지는 않더군요.
‘고창 일대’로 가는 게 아니라 ‘고창 일부’로 갑니다.

흔히,
어느 지역이나 일정한 범위의 일부분을 말 할 때,
‘OO일대’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나 이 ‘일대’라는 말은 일부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일대(一帶)는,
“일정한 범위의 어느 지역 전부”를 말합니다.
남부 지방 일대에 가뭄이 극심하다./동해안 일대에 태풍 주의보를 내렸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고창 ‘일대’로 일손을 도우러 가면,
고창 지역 전체를 돌며,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고생깨나 할 각오부터 해야죠.

일부(一部)는,
“일부분”으로, 일부 지역/제도의 일부만 개선하다/물건의 일부가 파손되다/지하철의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다처럼
말 그대로 일부만을 말합니다.
또,
일원(一圓)은,
“일정한 범위의 지역”을 뜻해,
서울 일원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처럼 씁니다.

일기예보에서,
남부지방 일대에 눈이 내릴 예정이라면, 남부지방 전체에 눈이 올 예정이며,
남부지방 일부나 일원에 눈이 내릴 예정이라면, 남부지방 중 일부 지역에 눈이 올 예정을 말하는 겁니다.

제 일손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돕고 오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32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886
2456 [2016/06/09] 우리말) 나라지다 머니북 2016-06-10 3071
2455 [2010/08/12] 우리말) 야코 moneybook 2010-08-12 3073
2454 [2016/03/17] 우리말) '잎새'도 표준말입니다. 머니북 2016-03-18 3073
2453 [2016/03/30] 우리말) 머와 뭐 머니북 2016-03-31 3073
2452 [2009/06/15] 우리말) 음식 맛 id: moneyplan 2009-06-15 3074
2451 [2014/02/11]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머니북 2014-02-11 3074
2450 [2016/01/13] 우리말) 대갚음/되갚음 머니북 2016-01-14 3074
2449 [2009/07/09] 우리말) 도리기와 도르리 id: moneyplan 2009-07-09 3075
2448 [2008/05/07] 우리말) 족적과 발자취 id: moneyplan 2008-05-08 3076
2447 [2016/04/11] 우리말) 이울다 머니북 2016-04-11 3076
2446 [2017/01/12] 우리말) 흔줄 머니북 2017-01-13 3076
2445 [2009/03/27] 우리말)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id: moneyplan 2009-03-27 3077
2444 [2009/03/30] 우리말) 서머하다 id: moneyplan 2009-03-30 3077
2443 [2015/12/09] 우리말) 안녕'과 '하세요' 머니북 2015-12-10 3077
2442 [2009/05/25] 우리말) 조문의 뜻풀이 id: moneyplan 2009-05-26 3078
2441 [2009/03/18] 우리말) 사람 소개하는 방법 id: moneyplan 2009-03-18 3079
2440 [2015/11/05] 우리말) 찜찜하다/찝찝하다 머니북 2015-11-05 3079
2439 [2009/07/24] 우리말) 직수굿하다 id: moneyplan 2009-07-24 3080
2438 [2015/05/26] 우리말) 불을 켜고 물을 켜고 기지개 켜고 머니북 2015-05-26 3080
2437 [2010/10/14] 우리말) 답은 '노르다'입니다 moneybook 2010-10-14 3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