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3] 우리말) 내셍기다

조회 수 4682 추천 수 108 2008.07.23 09:33:39
'내셍기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셍'이 들어가니 좀 이상하게 보이는데요,
"내리 이 말 저 말 자꾸 주워대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주섬주섬 내셍기며 화로를 뒤적인다, 몇 시간이고 신세타령을 내셍기고 있다처럼 씁니다.
이를 '내섬기다'고 하면 틀립니다.
내셍기다가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인덕이 없기는 없나 봅니다.
시험을 봤다고 해도, 그 결과가 오늘 나올 거라고 해도, 누군가 나지막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 해도...
별로 관심이 없으시네요.
좋은 결과 기대한다고 댓글 달아주신 분은 딱 두 분,
나지막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제가 여기저기 물어보면 일부러 쓸데없는 말이나 주섬주섬 내셍기며 제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네요.

수천 명, 수만 명이 편지를 받는데, 그 가운데 딱 두 분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하셨네요.
고맙습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혹시라도 제가 합격하면 그 두 분 덕입니다. ^___^*

'내셍기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셍'이 들어가니 좀 이상하게 보이는데요,
"내리 이 말 저 말 자꾸 주워대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주섬주섬 내셍기며 화로를 뒤적인다, 몇 시간이고 신세타령을 내셍기고 있다처럼 씁니다.
이를 '내섬기다'고 하면 틀립니다.
내셍기다가 맞습니다.

오늘 발표가 나겠죠?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으니
여기서 주워대든, 저기서 내셍기든 그 말 한마디에도 귀를 쫑긋하게 되네요.
시험은 못봤으면서... ㅋㅋㅋ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홍길동 선생님 혜존]

이제 곧 졸업 철이군요.
며칠 전에 박사학위 논문을 몇 개 받았습니다.
남자에게 군대 갈래 박사학위 논문 쓸래 하고 물으면 다들 군대를 열 번이라도 간다고 하고,
여자에게 애 낳을래 박사학위 논문 쓸래 하고 물어도 차라리 애를 몇 명 더 낳고 말겠다고 할 만큼 힘들다는 박사학위 논문.
80평생 살면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보람찬 일 중의 하나가 박사학위 논문 쓴 거겠죠.

논문을 받아보면,
거지반 이렇게 씌어있습니다.
‘홍길동 선생님 혜존
OOO 드림‘

오늘은 혜존을 좀 짚어볼게요.
일단, 이 혜존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그 지긋지긋한 일본말입니다.

국어사전에서 혜존(惠存)을 찾아보면,
“‘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드릴 때에 상대편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말로 ‘혜감(惠鑑)’을 올려놨죠.
혜감도,
“‘잘 보아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을 남에게 보낼 때에 상대편 이름 밑에 쓰는 말.”로 ‘혜존’과 같은 뜻입니다.

혜존과 혜감을 가지고 ‘삐딱선’을 좀 타 보면,
‘혜존’은 “훌륭한 사람이 쓴, 이 훌륭한 서적을 잘 간직해 달라”는 뜻으로,
권위 있는 학자가 제자나 후배들에게 자기가 쓴 책을 줄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내가 쓴 이 훌륭한 책을 보고, 너희들이 한 수 배우도록 하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교수님이나 선배님들께 쓸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드리면서,
굳이 한자를 써서 고마움을 나타내고 싶으면,
(꼭 그렇게 해야만 격이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OOO 선생님
OOO 근정(謹呈)’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 선생님께 ○○○ 드립니다.’
‘○○○ 선생님께 삼가 드립니다’고 쓰는 게 더 맘에 드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875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4196
1816 [2008/01/10] 우리말) 범털과 개털 id: moneyplan 2008-01-10 4713
1815 [2011/05/25] 우리말) 그을리다와 그슬리다 moneybook 2011-05-25 4712
1814 [2012/08/21] 우리말) 간식과 새참 머니북 2012-08-21 4711
1813 [2012/08/07] 우리말) 저제 머니북 2012-08-07 4711
1812 [2012/04/06] 우리말) 퍼센트 포인트 머니북 2012-04-09 4710
1811 [2011/06/30] 우리말) 돌풍 머니북 2011-06-30 4710
1810 [2008/09/01] 우리말) 선탠을 우리말로 하면? id: moneyplan 2008-09-01 4710
1809 [2011/10/31] 우리말) '입구와 출구'를 읽고 머니북 2011-10-31 4709
1808 [2014/01/22] 우리말) 윤슬 머니북 2014-01-22 4709
1807 [2011/06/15] 우리말) 따까리 머니북 2011-06-16 4708
1806 [2016/12/09] 우리말) AI, 우리말에 숙제를 던지다 머니북 2016-12-12 4706
1805 [2017/08/22] 우리말) 반려견 머니북 2017-08-23 4705
1804 [2017/03/17] 우리말) 나무 심기 좋은 때 머니북 2017-03-17 4703
1803 [2007/10/27] 우리말) 오늘은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7-10-27 4703
1802 [2016/01/13] 우리말) 대갚음/되갚음 머니북 2016-01-14 4701
1801 [2007/04/05] 우리말) 하얏트호텔과 하야트 id: moneyplan 2007-04-05 4700
1800 [2011/11/23] 우리말) 백발 머니북 2011-11-23 4699
1799 [2011/11/17] 우리말) 닭 벼슬과 닭 볏 머니북 2011-11-17 4699
1798 [2010/03/23] 우리말) 천세나다 id: moneyplan 2010-03-23 4699
1797 [2012/01/31] 우리말) 흙보탬과 봉안당 머니북 2012-01-31 4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