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5] 우리말) 반보기

조회 수 4985 추천 수 117 2008.11.05 10:18:43
우리말에 '반보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오른 뜻은
"추석을 전후하여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일자와 장소를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부인네들의 풍속"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 답은 '살품'입니다.
뜻이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참으로 멋진 말이라 생각합니다.
경규상 님과 권동호 님께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참,
달포쯤 전에 아버님께 드린다고 향기나는 종이를 좀 보내달라는 분이 계셨는데,
제가 주소를 미처 적어두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그 종이를 얻었습니다. 주소를 다시 보내주시면 종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저에게 선물 받는 방법을 좀 똥겨드리자면...
부모님이나 식구 이야기하면서 부탁하면 저는 다 넘어갑니다. ㅋㅋㅋ ^^*

오랜만에 식구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어제 오후에 어머니가 전화하셨더군요.
누나와 함께 마이산에 놀러 갔는데 단풍이 하도 멋져 제 생각이 났다면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우리말에 '반보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오른 뜻은
"추석을 전후하여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일자와 장소를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부인네들의 풍속"입니다.

옛날에는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을 마음대로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농한기인 추석을 전후하여 어머니와 딸이 제각기 음식과 토산물을 가지고 양편 집의 중간쯤 되는 시냇가나 고개의 적당한 곳에 모여 잠시 만나 정을 나눴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보기'입니다. 두 집의 가운데, 즉 반쯤 되는 곳에서 만난다는 뜻이겠죠.
딸은 평소에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싸서 가지고 나가고 어머니는 딸에게 먹이고 싶은 것을 골고루 챙겨서 나갔을 겁니다.
이런 깊은 뜻이 담긴 참으로 멋진 말이 '반보기'라 생각합니다.

저희 집은 팔 남매입니다.
광주에 사는 누나가 해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전북으로 가고
그 사이 부천에 사는 누나가 전북으로 내려와
서로 사는 곳의 반쯤되는 곳에서 만나 단풍구경을 했나 봅니다.
그런 전화를 받으니 '반보기'라는 낱말이 절로 생각이 나더군요.

아버지는 예전에 팔 남매를 팔 도로 보내 나이 들면 팔도유람을 하시겠다고 했었습니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쩍 생각나네요.

여러분,
지금 바로 부모님께 전화 한 번 드려보시는 게 어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팔도 : 우리나라 전체를 이르는 말.
팔 도 : 여덟 개 도

2.
저희 집 팔 남매는
성복희
성금심
성효덕
성가옥
성효남
성제훈
성향숙
성해선입니다.
성별이 어떻게 되냐고요?
저만 아들이고 다 딸입니다. 누나 다섯, 여동생 둘... 1남 7녀...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띄다/띠다]

요즘 나무를 보면,
파릇파릇 돋아난 연초록빛 새싹이 참 보기 좋죠?
어디에 그런 예쁜 색깔을 감추고 있었는지...
초록빛을 띤 새싹이 참 보드라워 보입니다.

오늘은 '초록빛을 띠다'에서 쓰인 '띠다'를 알아볼게요.

'띠다'와 발음이 같은 낱말로 '띄다'가 있습니다.
발음은 모두 [띠:다]입니다.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띠다'는,
"용무나, 직책, 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는 뜻으로,
'중대한 임무를 띠다, 붉은빛을 띤 장미, 노기를 띤 얼굴, 보수적 성격을 띠다'처럼 씁니다.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이고,
'뜨이다'는 '뜨다'의 피동사입니다.
따라서, '띄다'는
"물속이나 지면 따위에서 가라앉거나 내려앉지 않고 물 위나 공중에 있거나 위쪽으로 솟아오르다.",
"감았던 눈을 벌리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좀 쉽게 정리해 보면,
'띄다'는 '뜨다'에서 온 말이고,
이 '뜨다'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사이를 떨어지게 하다"는 뜻이 강합니다.
물 위나 공중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니까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고,
눈을 벌리는 것도 눈꺼풀 사이의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띄어쓰기도 낱말과 낱말 사이에 공백을 두는 것이므로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죠.

그러나 '띠다'는,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뭔가가 있을 때 주로 씁니다.
초록빛을 띤 새싹은 초록빛이 있는 새싹이고,
중대한 임무를 띤 것도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띠다'는 "띠나 끈 따위를 두르다."는 뜻도 있어서,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에 띠를 띠다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도 허리가 띠를 가지고 있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다시 더 줄여보면,
'띠다'는 뭔가가 있을 때,
'띄다'는 간격을 벌릴 때 쓴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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