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1] 우리말) 훔치다와 닦다

조회 수 4323 추천 수 63 2008.11.21 09:17:40
훔치다, 닦다, 씻다는 이렇게 쓰임이 조금씩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MBC 뉴스에서 멋진 낱말을 쓰셔서 소개합니다.
콩고 어린이를 소개하면서 '눈물을 훔치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눈물을 닦는다고 하지 않고 훔친다고 했기에 오늘은 그 표현을 좀 소개할게요.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서
1988년부터 '새벽'에 '오전'의 뜻을 이르는 뜻을 더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사전이 낱말의 뜻을 늘렸다기보다는 오히려 새벽의 본뜻을 죽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훔치다를 좀 볼게요.

닦다, 훔치다, 씻다는 뜻이 조금씩 다릅니다.
'닦다'는
"때, 먼지 녹 따위의 더러운 것을 없애거나 윤기를 내려고 거죽을 문지르다."는 뜻으로
이를 닦다, 구두를 닦다, 방바닥을 걸레로 닦다처럼 씁니다.

'훔치다'는
"물기나 때 따위가 묻은 것을 닦아 말끔하게 하다."는 뜻으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 걸레로 방 안을 훔치다, 그는 긴장을 했는지 연방 식은땀을 훔쳐 내었다처럼 씁니다.

'씻다'는
"물이나 휴지 따위로 때나 더러운 것을 없게 하다."는 뜻으로
얼굴을 씻다, 때를 씻다, 쌀을 씻어 안치다, 손을 씻고 밥을 먹어라처럼 씁니다.

훔치다, 닦다, 씻다는 이렇게 쓰임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198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이런 다름을 다 없애버렸습니다.
그 사전에서 닦다를 찾아보면 보기로 눈물을 닦다가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은 눈물을 닦는다고 해도 되고 훔친다고 해도 되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이런 것은 낱말의 뜻을 늘려 쓰임의 폭을 넓혔다기보다는
낱말이 지닌 작지만 멋진 차이를 없애버렸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오늘아침 뉴스에서 눈물을 훔치다고 말씀하신 MBC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교육부와 국립국어원 업무협정]

기쁜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지난 18일, 교육부 편수용어에 따라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이 아니라 '5ㆍ18민주화운동'이라고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런 우리말편지를 보낸 바로 그날,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원이
현행 어문규정에 따라 표기법을 단일화하고 교과서 표기ㆍ표현 감수제 도입을 위한 업무협정을 맺었네요.

실은 아직까지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과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이 좀 달랐거든요.
보기를 보면,
교과서에는 '대한 민국'이라고 나오지만, 사전에는 '대한민국'이라고 나오고,
교과서에는 '홈 페이지'라고 나오지만, 사전에는 '홈페이지'로 나와 있고,
교과서에는 '꼭지점'이라고 나오지만, 사전에는 '꼭짓점'이 맞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등굣길'도 '등교길'이라고 나와 있고......

이러다 보니 '꼭지점'이 맞다, 아니다 '꼭짓점'이 맞다고 서로 우기는 경우도 생겼었죠.

이제는,
교과서 표기나 표현이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 맞게 바뀌게 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교육부와 국립국어원이 국민의 고충을 알아주는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실은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니까 꾸중을 해야 맞는데,
이제라도 고쳐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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