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2] 우리말) 거북하다와 보깨다

조회 수 4623 추천 수 140 2008.12.12 08:56:19
비슷한 뜻의 낱말로 '보깨다'도 있습니다.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는 뜻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는 뜻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속이 참 거북합니다.
아무래도 사돈이 논을 사셨는지 전화를 드려봐야 할 것 같네요. ^^*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그럴 때
'거북하다'고 합니다.
그 낱말 말고 다른 낱말은 없을까요?

'거북하다'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할 때 씁니다.
거북하다에는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속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 속이 거북하다고 하고,
다리가 아플 때 걷기가 거북하다고 하죠.

잘 아시는 '더부룩하다'도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어 배 속이 거북하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뜻의 낱말로 '보깨다'도 있습니다.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는 뜻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는 뜻이 있습니다.
딱 요즘 저를 두고 만든 낱말 같습니다.
사라져가는 이런 낱말은 살려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속이 더부룩해서 거북한데다,
어제저녁에 갑자기 큰일이 하나 생겨 그거 때우느라 신경을 썼더니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 밥맛이 없어 먹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보다는 속이 여리답니다. 여러 면에서... ^^*

이렇게 몸과 마음이 보깰 제면 편지쓰기도 버겁습니다.
오늘 하루 더 견뎌보고 저녁에도 풀리지 않으면 내일은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금, 줄, 선]

우리와 비긴 프랑스가,
어제 이운재 골키퍼가 잘 막은 골을 두고,
골라인 안에서 받았다며 말이 많네요.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축구대표팀은 잠잠한데
다른 나라 누리꾼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걸 오늘 국제축구연맹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Patrick Vieira powered in a header from close range and must have thought he had scored.
However, the scrambling Lee Woon-Jae managed to keep the ball out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
파트리크 비에라가 골라인 근처에서 강력한 헤딩슛을 날렸고, 거의 골라인을 넘어 점수를 얻은 듯 보였다.
그러나 공이 골라인을 넘기 전에 이운재가 볼을 쳐냈다.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을 우리말로 하면 뭐가 될까요?

오늘은 금, 줄, 선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금'은,
'긋다'에서 온 말로,
"접거나 긋거나 한 자국"입니다.
연필로 금을 긋다처럼 씁니다.
'금'은 이쪽에서 저쪽까지 그은 흔적이죠.

'줄'은,
"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에 쓸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줄로 묶다, 줄을 감다, 줄을 당기다처럼 씁니다.
'줄'은 뭔가를 묶는 일종의 도구죠.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로,
선을 긋다, 선이 똑바르다처럼 씁니다.
"철선이나 전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도 쓰여,
진공청소기의 선이 짧아서 베란다는 청소할 수가 없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선'은 '금'과 '줄'의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낱말입니다.

그럼,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은 금, 줄, 선 중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줄'은 아니고,
'금'이나 '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금, 줄, 선이 같은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031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5861
1556 [2011/01/14] 우리말) 단추를 끼다와 꿰다 moneybook 2011-01-14 4573
1555 [2008/04/17] 우리말) 눈가에 생긴 잔주름 id: moneyplan 2008-04-18 4574
1554 [2011/06/10] 우리말) 단초와 실마리 머니북 2011-06-13 4574
1553 [2013/08/16] 우리말) 책 소개 '오염된 국어사전' 책 소개(2) 머니북 2013-08-19 4574
1552 [2014/12/17] 우리말) 삐지다와 삐치다 머니북 2014-12-17 4574
1551 [2016/09/06] 우리말) 찌뿌듯하다/찌뿌둥하다 머니북 2016-09-07 4574
1550 [2017/07/07] 우리말) 눈그늘, 멋울림 머니북 2017-07-07 4574
1549 [2007/11/08] 우리말) 영어 교육 id: moneyplan 2007-11-08 4575
1548 [2008/04/2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4-22 4576
1547 [2012/02/01] 우리말) 제연경계벽 머니북 2012-02-02 4576
1546 [2017/04/24] 우리말) 국어를 잘 배우자 머니북 2017-04-24 4577
1545 [2007/08/08] 우리말) '각각'은 '따로따로' id: moneyplan 2007-08-08 4578
1544 [2008/01/16] 우리말) 캐주얼을 우리말로 하면? id: moneyplan 2008-01-16 4578
1543 [2010/07/28] 우리말) 시르죽다 moneybook 2010-07-28 4578
1542 [2015/11/19] 우리말) 괘꽝스럽다 머니북 2015-11-23 4578
1541 [2007/07/30] 우리말) 담백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 입니다 id: moneyplan 2007-07-31 4579
1540 [2015/06/11] 우리말) 나들못 머니북 2015-06-12 4580
1539 [2010/06/25] 우리말) 잊힌 전쟁과 잊혀진 전쟁 moneybook 2010-06-25 4582
1538 [2015/03/12] 우리말) 어제 편지에 있는 실수 머니북 2015-03-12 4582
1537 [2015/04/22] 우리말) 혼인과 결혼 머니북 2015-04-22 4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