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9]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조회 수 5622 추천 수 144 2008.12.19 10:10:27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에 보면,
억장을 億丈이라 풀고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는 풀이를 달았습니다.
그 밑에 '억장이 무너지다'는 관용구를 싣고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고 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는
너비에 견줘 길이가 짧은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것이었고,
답은 '누에머리손톱'입니다.
누에머리를 보면 정말 그렇게 생겼습니다. ^^*

어제는 오전에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부모님전상서'라는 코너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주시더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는 글도 있고, 중풍으로 쓰러져 계시는 부모님께 드리는 글도 있었습니다.
어찌 그리 가슴 아픈 이야기던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슬픔을 어디에 견줄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억장'이 뭘까요?

어떤 사람은
억장을 臆腸, 가슴 억 자와 창자 장 자로 풀어 가슴이 무너진다로 푸는 분도 있고,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로 봐서 성의 높이가 억 장이 될 정도로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일을 뜻한다고 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에 보면,
억장을 億丈이라 풀고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는 풀이를 달았습니다.
그 밑에 '억장이 무너지다'는 관용구를 싣고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고 풀었습니다.

억장의 말뿌리(어원)가 가슴과 창자에서 왔건, 높은 성에서 왔건
억장이 무너지면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기 전에
살아 계실 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경기를 진행시키다 >> 경기를 진행하다]

한 경기에서 경고를 두 번 받으면 퇴장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경고 카드 3장을 받고서야 퇴장당한 일이 있었죠.
이 뉴스를 다루면서,
거의 모든 기사에서,
"심판의 실수로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라고 나오네요.

경기를 계속 진행시키는 게 아니라 경기를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 또는 하게 만들다"라는 뜻으로,
인부에게 일을 시키다, 선생님은 지각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셨다처럼 씁니다.
꼬“?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게 시키는 것입니다.

경기에서,
심판은 운동선수에게 경기 진행을 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가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잖아요.
이를 마치 심판이 다른 사람에게 경기 진행을 부탁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되죠.
심판은 경기를 진행하는 겁니다.

우리말을 똑바로 쓰는 기자가 많아지길,
아니 우리말을 똑바로 쓰지 못하는 기자가 없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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