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1] 우리말) 주책과 주착, 채비와 차비

조회 수 4342 추천 수 93 2009.06.11 09:07:45
표준어 규정 제19항을 보면
"어감이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에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비'와 '채비'는 모두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더울 거라고 하네요. 잘 견디시길 빕니다. ^^*

아마도 오늘이나 내일쯤 제 일터에 인사가 있으려나 봅니다.
제가 이곳 본청으로 온 지 벌써 3년이 지났으니 이제 연구실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채비와 차비의 다른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물건, 자세 따위를 미리 갖추어 차림. 또는 그 물건이나 자세를 '채비'라고도 하고 '차비'라고도 합니다.
어떤 게 맞을까요?

실은, 차비(差備)는 채비의 본딧말입니다.
'차비'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채비'로 굳어진 겁니다.
표준어 규정 제19항을 보면
"어감이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에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비'와 '채비'는 모두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둘 가운데 아무거나 쓰셔도 됩니다.

제가 주책이네요. 아직 발령도 안 났는데 벌써 짐 옮길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
'주책'은 '주착(主着)'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주착보다는 주책이 훨씬 자주 쓰이기에 주착을 버리고 주책만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주책이네요. ^^*

그래도 얼른 편지 써 놓고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없는 사랑]

안녕하세요.

고향에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갈 때는 쉽게 갔는데 올 때는 무려 열다섯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해남... 정말 멀더군요. ^^*

그렇게 어렵게 고생하며 간 고향이지만 그래도 어머니 손 한번 잡고 오면 다시 힘이 납니다.
또 올라올 때 어머니가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주시잖아요.
꾸준히 뭔가를 주시고도 또 주시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인가 봅니다.

흔히,
부모님의 큰 사랑을 말할 때 '가이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가없는 사랑'이 맞습니다.

'가'는
"경계에 가까운 바깥쪽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곧 '가장자리'라는 뜻이죠.
따라서 '가없다'는
끝을 알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일 겁니다.

고향에 가셔서 부모님 뵙고,
삶에 찌든 때를 다 벗기고 오셨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합시다. ^^*

저도 아침에 결재 들어가려고 한 시간쯤 전에 나와서
벌써 한 건 해치웠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 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639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1801
1436 [2008/04/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4-16 4156
1435 [2008/07/24] 우리말) 얄짤없다 id: moneyplan 2008-07-25 4156
1434 [2013/08/09] 우리말) 공골차다 머니북 2013-08-12 4156
1433 [2017/03/14] 우리말) 사저 머니북 2017-03-14 4156
1432 [2008/05/01] 우리말) 짜뜰름짜뜰름 id: moneyplan 2008-05-02 4157
1431 [2012/01/27] 우리말) 우리말 모임 두 개 소개 머니북 2012-01-27 4157
1430 [2013/11/13] 우리말) '계란 껍질' 머니북 2013-11-13 4157
1429 [2014/04/17] 우리말) 풋낯 머니북 2014-04-17 4157
1428 [2015/03/12] 우리말) 어제 편지에 있는 실수 머니북 2015-03-12 4157
1427 [2016/08/26] 우리말) 낫다/났다/낮다 머니북 2016-08-29 4157
1426 [2010/11/11] 우리말) 서두르다 moneybook 2010-11-11 4158
1425 [2007/09/29] 우리말)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에서 틀린 곳이 있습니다. 어딜까요? id: moneyplan 2007-10-01 4159
1424 [2010/04/29] 우리말) 들고파다 id: moneyplan 2010-04-29 4161
1423 [2014/09/15] 우리말) 산책과 산보 머니북 2014-09-15 4161
1422 [2008/04/01] 우리말) 인삿말이 아니라 인사말 id: moneyplan 2008-04-01 4162
1421 [2017/10/17] 우리말) 자글거리다 머니북 2017-11-06 4162
1420 [2013/01/08] 우리말) 휴마트 머니북 2013-01-08 4163
1419 [2013/04/19] 우리말) 보니 -> 보늬 머니북 2013-04-19 4163
1418 [2008/10/01] 우리말) '안되다'와 '안 되다' id: moneyplan 2008-10-01 4164
1417 [2013/05/15] 우리말) 스승의 날에 읽어보는 교수의 반성문 머니북 2013-05-15 4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