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0]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조회 수 4593 추천 수 98 2009.07.20 12:26:58
정리하면,
성과 이름, 성과 호는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따위는 띄어 씁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보내드린 편지에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 내용에 '은행 잎'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고 말씀 드렸는데,
지금 보니 올라 있네요.
2007년 이후에 인터넷 사전에 올렸나 봅니다.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서 비의 종류를 소개해 드렸는데,
소낙비, 안개비, 보슬비, 가랑비, 이슬비도 있다는 댓글을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토요일 아침 6:47, KBS2에서 '제 13회'라고 했습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의미하는 '제(第)'는 접두사이니 붙여 써야 바릅니다.

일요일 아침 8:48분부터 MBC에서 나온 자막입니다.
'서재필씨'라고 했는데,
호칭은 이름과 띄어 써야 바릅니다. '서재필 씨'가 맞습니다.
'한선배'와 '안기자'라는 자막도 나왔는데,
마찬가지 성과 호칭을 함께 쓸 때도 띄어 씁니다.
'한 선배'와 '안 기자'가 맞습니다.
정리하면,
성과 이름, 성과 호는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따위는 띄어 씁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던가'라는 자막이 나왔는데,
'-던'은 과거형에 쓰고,
조건에는 '-든'을 씁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든가 (말든가)'처럼 쓰셔야 바릅니다.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지키미와 지킴이]

안녕하세요.

요즘 저희 집에 '가사 도우미'가 오십니다.
허리를 수술한 아내가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일주일에 두 번씩 도우미 아줌마가 오셔서 집안일을 도와주십니다.

아내가 빨리 낫길 빌며 오늘은 도우미를 알아볼게요.
아시는 것처럼 '도우미'는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처음 쓴 말입니다.
"행사 안내를 맡거나, 남에게 봉사하는 요원"이라는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입니다.

처음 이 말을 만들 때는,
'돕다'의 말뿌리(어근) '도-'에,
'우아하다'의 '우',
아름답다는 뜻의 한자 '미'를 써 '도우미'로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국립국어원 자유게시판에서 따옴)

그러나 지금은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돕다'의 명사형 '도움'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가 붙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도움이'를 소리를 내기 쉽게 '도우미'라고 바꾼 거죠.

우리말을 살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달리 쓰기도 합니다.
이름씨꼴(명사형) 씨끝(어미)을 쓴 낱말에는
도우미, 지킴이, 배우미, 비추미 따위가 있는데,
어떤 낱말은 씨끝이 연음되어 '도우미'처럼 '-미'의 꼴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지킴이'처럼 '이름씨꼴-이'처럼 된 것도 있습니다.

말뿌리를 따진다면,
도움, 배움, 비춤, 지킴 뒤에 사람을 나타내는 '이'가 붙어
'도움이, 배움이, 비춤이, 지킴이'로 쓰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이 '도우미'와 '지킴이'로 쓰고 있다면 이 또한 받아들어야 할 것도 같습니다.

정리하면,
문법적으로는 '명사-이'가 맞지만,
'도움이'보다는 '도우미'가 널리 쓰이기 때문에 그대로 표준말로 인정하여 사전에 올렸고,
지킴이는 '지키미'가 아니라 '지킴이'가 널리 쓰여 '지킴이'를 표준어로 봤습니다.
따라서, 도우미, 지킴이가 표준말입니다.

좀 헷갈리시죠?

제가 오늘 이렇게 헷갈리는 설명을 너저분하게 풀어놓는 것은
제가 이번에 지킴이가 된 것을 알려드리고자...

제가 올 들어 두 번째로 한글학회와 문화관광부가 지정하는 '우리 말글 지킴이'에 뽑혔습니다.
오늘 오후에 한글학회에서 지킴이 패를 주신다네요.
여러분에게 편지를 열심히 보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

저는 우리 말글 '지키미'가 아니라 '지킴이'입니다.
누구 저와 함께 우리말 '알림이' 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우리 넋이 담긴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기만 할 게 아니라 여기저기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469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0287
2256 [2015/11/20] 우리말) 엔담 머니북 2015-11-23 4190
2255 [2015/11/19] 우리말) 괘꽝스럽다 머니북 2015-11-23 5270
2254 [2015/11/18] 우리말) 갈갈이와 갈가리 머니북 2015-11-18 6225
2253 [2015/11/17] 우리말) 싼 게 비지떡 머니북 2015-11-18 5603
2252 [2015/11/16] 우리말) 은근과 은근히 머니북 2015-11-16 5498
2251 [2015/11/13] 우리말) 컬러와 칼라 머니북 2015-11-13 4464
2250 [2015/11/11] 우리말) 빼빼로 데이 머니북 2015-11-12 6344
2249 [2015/11/10] 우리말) 개비/피우다 머니북 2015-11-10 6829
2248 [2015/11/09] 우리말) 이제야와 이제사 머니북 2015-11-09 4462
2247 [2015/11/09] 우리말) 이제야와 이제사 머니북 2015-11-09 3845
2246 [2015/11/06] 우리말) 싸가지와 거시기 머니북 2015-11-09 3981
2245 [2015/11/05] 우리말) 찜찜하다/찝찝하다 머니북 2015-11-05 4038
2244 [2015/11/04] 우리말) 벗바리 머니북 2015-11-05 4434
2243 [2015/11/03] 우리말) 새살거리다/상글상글 머니북 2015-11-03 4425
2242 [2015/11/02] 우리말) 생무지 머니북 2015-11-02 4406
2241 [2015/10/30] 우리말) 무료로 주고 공짜로 받고 머니북 2015-11-02 7075
2240 [2015/10/29] 우리말) 으레/의례 머니북 2015-10-29 5851
2239 [2015/10/28] 우리말) 푸른/푸르른 머니북 2015-10-29 3756
2238 [2015/10/27] 우리말) 한자보다는 우리말 머니북 2015-10-27 4300
2237 [2015/10/26] 우리말) 두껍다와 두텁다 머니북 2015-10-27 3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