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3] 우리말) 옷깃

조회 수 7060 추천 수 94 2009.07.23 10:42:46
예전에 보낸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편지를 보내주시는 오즈메일러에 연결이 되지 않아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연결이 되네요. ^^*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옷깃을 스치면 인연?]

오늘 낮은 좀 따뜻할 거라고 하네요.
요즘 저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납니다.
저 같은 사람 만나봐야 나올 게 아무것도 없는데......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죠?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삐리리가 있냐면서...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고...)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는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 식구 말고는...^^*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저는 차를 좋아합니다.
술은 싫어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441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0064
496 [2008/05/16] 우리말) 게와 개 가르기 id: moneyplan 2008-05-23 5626
495 [2008/05/14] 우리말) 저승꽃과 검버섯 id: moneyplan 2008-05-15 4139
494 [2008/05/15]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5-15 4393
493 [2008/05/13] 우리말) 졸리다와 졸립다 id: moneyplan 2008-05-13 4639
492 [2008/05/10] 우리말) 제가 누구냐고요? id: moneyplan 2008-05-10 4494
491 [2008/05/0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5-10 5191
490 [2008/05/08] 우리말) 안전선 안과 밖 id: moneyplan 2008-05-08 4593
489 [2008/05/07] 우리말) 족적과 발자취 id: moneyplan 2008-05-08 4013
488 [2008/05/06]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8-05-07 5550
487 [2008/05/02] 우리말) 몰강스럽다 id: moneyplan 2008-05-02 5308
486 [2008/05/01] 우리말) 짜뜰름짜뜰름 id: moneyplan 2008-05-02 5127
485 [2008/04/30] 우리말) 팽개치다 id: moneyplan 2008-04-30 5627
484 [2008/04/29] 우리말) 맑다와 곱다 id: moneyplan 2008-04-29 5474
483 [2008/04/28] 우리말) 옥수수와 강냉이 id: moneyplan 2008-04-28 5446
482 [2008/04/25] 우리말) 가르치다의 말뿌리 id: moneyplan 2008-04-27 5534
481 [2008/04/24] 우리말) 북돋우다 id: moneyplan 2008-04-24 5235
480 [2008/04/23] 우리말) 꽃잎이 떨어지더라도 아쉬워 말자 id: moneyplan 2008-04-23 4708
479 [2008/04/22] 우리말) 저는 9시에 연속극을 봅니다 ^^* id: moneyplan 2008-04-22 4438
478 [2008/04/2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4-22 5168
477 [2008/04/19] 우리말) 미스킴과 라일락 id: moneyplan 2008-04-21 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