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4] 우리말) 잊다와 잊히다

조회 수 4269 추천 수 99 2009.08.24 12:24:55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잊다의 피동형이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나 정곡을 찌르는 그 말 한마디는 잊히지가 않는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잘 아시는 것처럼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여섯 달 전에 돌아가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오래된 일처럼 그때 일이 가물가물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잘 잊나 봅니다.
그분들의 큰 뜻을 잊지 않고 잘 따라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잊나 봅니다.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잊다의 피동형이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나 정곡을 찌르는 그 말 한마디는 잊히지가 않는다처럼 씁니다.

이를 잊혀지다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래전에 잊혀진 일들, 말 한마디는 잊혀지지가 않는다는 틀린 말입니다.
잊혀진 계절도 틀렸습니다.

비록 사람은 가셨지만 그분들의 큰 뜻은 잊히지 않을 겁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칠칠치 못한...]

조금 전에 칠칠치 못한 제가 컴퓨터 자판기에 커피를 엎질렀습니다.
평소에 워낙 덤벙대다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옆에서 한 술 더 뜨네요.
정희 씨가 말하길,
제가 술기운이 떨어져서 그런다나... 어쩐다나...
약기운 떨어져서 그런다고 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오늘은,
제가 숙맥, 바보, 천치, 등신, 맹추, 먹통이, 얼간이, 맹꽁이, 멍청이, 머저리, 칠뜨기, 득보기, 바사기, 째마리, 멍텅구리, 어리보기라는 것을 보여준 기념으로 우리말 편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칠칠맞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주로 '않다', '못하다' 따위와 함께 쓰여서,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를 때 씁니다.

사실 '칠칠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좋은 뜻의 낱말입니다.
"일 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다."는 뜻이죠.

따라서,
저처럼 덤벙대다 커피를 엎지르면
'칠칠맞게 커피를 엎지른다'고 하면 안 되고,
'칠칠치 못하게 커피나 엎지른다'고 해야 합니다.

칠칠하다가 좋은 뜻인데,
일 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고 비꼬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지 못하다고 나무라야 하니,
칠칠치 못하다고 나무라야 맞죠.

저는 칠칠하지 못해
가끔 커피나 엎지르는
칠칠치 못한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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