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3] 우리말) 신경 끄다

조회 수 3468 추천 수 88 2009.09.23 08:27:48
불을 끄다처럼 타는 불을 못 타게 하거나,
전등을 끄다, 라디오를 끄다처럼 전기나 동력이 통하는 길을 끊어 전기 제품 따위를 작동하지 않게 할 때는 '끄다'를 쓰지만,
불이나 동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 상태인 신경이나 관심에는 '끄다'보다는 '두다'나 '기울이다'를 쓰는 게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달력을 보니 오늘이 추분이네요. ^^*

어제 낸 문제인
"설, 추석 따위의 명절에 부득이 그날 찾아가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 그전에 미리 찾아가는 일."은 '밀뵙기'입니다.
아마도 '미리 뵙기'가 줄어든 말 같습니다.
어떤 분에게 선물을 드려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내일쯤 알려 드리겠습니다. ^^*

어제 오후에 제가 존경하는 과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하신 말씀이 너무 튀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본 고도원의 아침편지에도
'가장 안전한 것은 평균보다 살짝 수준 높게 입는 것이다. 베스트 드레서가 되려 하지 마라.'라는 월이 있네요.

어제 끝난 인사청문회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명색이 지도층이라는 분들이 별로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큰소리를 쳤고, 앞으로도 그러실텐데...
더 나가면 제가 다칠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다만, 그쪽은 신경을 끄겠습니다. ^^*

흔히
뭔가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신경을 끄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좀 어색한 말 같습니다.
불을 끄다처럼 타는 불을 못 타게 하거나,
전등을 끄다, 라디오를 끄다처럼 전기나 동력이 통하는 길을 끊어 전기 제품 따위를 작동하지 않게 할 때는 '끄다'를 쓰지만,
불이나 동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 상태인 신경이나 관심에는 '끄다'보다는 '두다'나 '기울이다'를 쓰는 게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신경 꺼라'보다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는 게 낫고,
'관심 꺼주세요.'보다는 '관심 두지 마세요'나 '관심 기울이지 마세요'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고,
남보다 튀어보고 싶은 생각도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제 식구와 오순도순 '평범'하게 사는 게 제 바람이자 꿈입니다.
그런 삶을 쭉 이어가고자 오늘도 자주 웃으면서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오손도손'이 아닌 '오순도순'이 맞고,
'죽 이어가다'나 '쭉 이어가다'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또,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것은 '눈꼽'이 아니라 '눈곱'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객관리 하라고요?]

어젯밤 7시 4분에 MBC에
'함으로서'라는 자막이 보였습니다.
'함으로써'가 맞습니다.

오늘은 '고객관리'하러 고창, 목포, 나주, 광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아침 일찍 떠나 밤늦게 돌아오는 거야 견딜 수 있지만,
고객관리하러 간다는 게 좀 거시기합니다.

오늘은 고객관리나 좀 짚어볼게요.

먼저,
고객은
顧客(こかく[고가꾸])라는 일본어투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손님'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렇게 다듬은 말을 왜 공무원들이 나서서 '고객'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관리'입니다.
관리는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함'이라는 뜻입니다.
부하 직원 관리, 학생 관리처럼 씁니다.
내가 모셔야 할 손님이 고객이라면
그 고객은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찌 손님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죠?
'고객'이 들으면 기가 찰 이야깁니다.

'고객관리'를 다시 보면,
'고객'은 '손님'으로 쓰시면 됩니다.
백화점에서도 '고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손님!' 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관리'는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고객관리에는 들어갈 낱말이 아닙니다.
'고객'이건 '손님'이건 내가 관리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요?
고객관리를 안 쓰면 뭘 써야 하냐고요?
아직 어느 기관에서도, 어떤 학자도 이 말을 다듬지는 않더군요.
저도 '고객관리'를 다듬을 깜냥은 안됩니다.

굳이 억지로 다듬어 보자면,
손님돕기, 손님수발로 다듬을 수 있겠고,
'고객관리'의 본뜻을 살려,
'내일알리기'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고객관리를 다듬은 말에 할 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137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6845
2056 [2009/10/30] 우리말) 동서남북과 세한마높 id: moneyplan 2009-10-30 3456
2055 [2010/05/04] 우리말) 나들가게 id: moneyplan 2010-05-04 3457
2054 [2010/08/25] 우리말) 산토끼의 반대말 moneybook 2010-08-25 3457
2053 [2013/04/29] 우리말) 어려운 보도자료 머니북 2013-04-29 3457
2052 [2010/03/30] 우리말) 철들다 id: moneyplan 2010-03-30 3458
2051 [2014/07/15] 우리말) 강담/죽담 머니북 2014-07-15 3458
2050 [2009/01/0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 겨울 id: moneyplan 2009-01-05 3459
2049 [2009/06/25] 우리말) 배참 id: moneyplan 2009-06-25 3459
2048 [2012/12/27] 우리말) 길 머니북 2012-12-27 3459
2047 [2013/06/19] 우리말) 버벅거리다 머니북 2013-06-19 3459
2046 [2013/11/20] 우리말) 주의와 주위 머니북 2013-11-20 3460
2045 [2014/10/210] 우리말) 비가 그치겠죠? 머니북 2014-10-21 3460
2044 [2008/09/20] 우리말) 코스모스는 왜 코스모스일까요? id: moneyplan 2008-09-20 3461
2043 [2013/07/15] 우리말) 호우는 큰비로 써야 합니다 머니북 2013-07-15 3461
2042 [2008/07/09] 우리말) 엉터리 말과 자막 id: moneyplan 2008-07-09 3462
2041 [2010/02/22] 우리말) 우와기와 한소데 id: moneyplan 2010-02-22 3462
2040 [2016/08/06] 우리말) 치닫다/내리닫다 머니북 2016-08-10 3463
2039 [2009/10/29] 우리말) 야코죽다 id: moneyplan 2009-10-29 3464
2038 [2010/06/18] 우리말) 승리욕과 승부욕 moneybook 2010-06-18 3465
2037 [2017/07/24] 우리말) 중소벤처기업부 머니북 2017-07-24 3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