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4] 우리말) 옛날과 예전

조회 수 4388 추천 수 85 2009.09.24 08:50:33
따라서 제가 딸아이에게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너 예전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해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딸아이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다른 층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저는 인사를 했는데 딸아이는 잠이 덜 깼는지 인사를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더군요. 그 시간이 7:20분쯤입니다.
차에 올라타서
"아줌마를 보면 인사를 해야지 왜 인사 안 했어?"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를 안 했는데 어른을 보면 네가 먼저 인사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라고 말했습니다.

아무 말 않고 듣고 있던 딸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옛날이 뭐에요 예전이지. 옛날이라고 하면 우리가 옛날 사람이 되잖아요."
"뭐? ......"

아침부터 딸아이에게 한 방 먹었습니다. ^^*

'옛날'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지 꽤 오래된 시기를 막연히 이르는 말"로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이었다처럼 씁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나간 어떤 날."로 그는 옛날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몸이 옛날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예전'은 "꽤 오래된 지난날"이라는 뜻으로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제가 딸아이에게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너 예전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해도 됩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그 작은 꼬맹이가 낱말의 뜻을 갈라서 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조금씩 다른 말맛을 느끼면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제 딸이지만 신통방통합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신통방통'이 표준말일까요 아닐까요?
신통하다는 당연히 표준말이고...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귓속말과 귀엣말]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네 살배기 딸아이가 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군요.
"아빠, 오늘 엄마가 나만 비타민 준다고 했어. 찌질이는 안 주고..."
여기서 찌질이는 20개월 된 둘째입니다. 하도 울어서 찌질이라고 합니다.
딸아이는 동생 모르는 비밀이 있어서 좋은가 봅니다. ^^*

제 딸내미가 제 귀에 대고 하는 말, 곧,
"남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는 말"을 뭐라고 할까요?
귓속말이 맞을까요, 귀엣말이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둘 다 표준어입니다.
다만, 굳이, 억지로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귓속말은 귀 속에다 하는 말이고,
귀엣말은 귀에다 대고 하는 말이고......^^*

어쨌든,
둘 다 표준어이므로 아무거나 쓰셔도 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물이나 기름기 따위가 매우 찌르르 흐르는 꼴"을 '질질'이라 하고,
이 낱말의 센말이 '찔찔'입니다.
제 아들은 하도 울어서 '찔찔이'라고 했고 발음하기 편하게 '찌질이'로 바꿔 부릅니다.
'찌질이'는 사전에 없는, 저희 집에서만 쓰는 낱말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442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0076
456 [2015/10/01] 우리말) 풋머리 머니북 2015-10-01 3672
455 [2015/10/02] 우리말) 객쩍다 머니북 2015-10-02 4107
454 [2015/10/05] 우리말) 살무사와 살모사 머니북 2015-10-05 5541
453 [2015/10/06] 우리말) 살무사와 살모사(2) 머니북 2015-10-06 4278
452 [2015/10/07] 우리말) 벌에 쏘이다 머니북 2015-10-13 4446
451 [2015/10/08] 우리말) 우리말로 학문하기 머니북 2015-10-13 4396
450 [2015/10/12] 우리말) 일자리 나누기와 잡 셰어링 머니북 2015-10-13 5691
449 [2015/10/13] 우리말) 찌푸리다 머니북 2015-10-15 3331
448 [2015/10/14] 우리말) 들러/들려 머니북 2015-10-15 5181
447 [2015/10/15] 우리말) 헌화/꽃 바침 머니북 2015-10-16 3962
446 [2015/10/16] 우리말) 사열/빠름 머니북 2015-10-16 3987
445 [2015/10/19] 우리말) 밭은기침 머니북 2015-10-20 4265
444 [2015/10/20] 우리말) 희색만면하다 머니북 2015-10-20 5000
443 [2015/10/21] 우리말) 낯익다와 귀 익다 머니북 2015-10-21 5265
442 [2015/10/22] 우리말) 웃옷과 윗옷 머니북 2015-10-23 4457
441 [2015/10/23] 우리말) 군더더기 말은 불룩 나온 뱃살 머니북 2015-10-26 6531
440 [2015/10/26] 우리말) 두껍다와 두텁다 머니북 2015-10-27 3909
439 [2015/10/27] 우리말) 한자보다는 우리말 머니북 2015-10-27 4287
438 [2015/10/28] 우리말) 푸른/푸르른 머니북 2015-10-29 3749
437 [2015/10/29] 우리말) 으레/의례 머니북 2015-10-29 5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