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2] 우리말) 살살이와 살사리

조회 수 4095 추천 수 98 2009.10.12 10:13:24
제가 걷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아니... 다시할게요.
제가 걷는 냇가에는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가을바람이 서늘하니 참 좋네요. ^^*

지난 금요일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댓글을 다신분이 많으시네요.

1. 선플라워보다는 해바라기가 멋지고, 클로버보다는 시계풀이 예쁘고, 코스모스보다는 살살이가 더 곱습니다.
라고 살짝 비꼬았는데,
시계풀이 아니라 토끼풀이 맞다고 꼬집어 주신 분이 많으셨습니다.
맞습니다.
어렸을 때 꽃 두 개를 따서 줄기의 가운데에 다른 줄기를 넣어 손목에 찼던 그 풀은 시계풀이 아니라 토끼풀입니다.
http://user.chollian.net/~k95092/doc/s-clover.html

2. 우리말편지에서 코스모스를 살살이라고도 썼고 살사리라고도 썼는데 어떤 게 맞냐는 말씀도 많으셨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살살이'만 올라 있고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이라고 뜻을 풀어놨습니다.
살사리꽃을 찾아보면 코스모스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 보면, 살사리는 "살살 다니면서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이라 풀어놨고, 살살이는 살사리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살사리꽃은 코스모스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북한 표준어인 문화어에는 '살사리꽃'이 코스모스 꽃이라고 나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코스모스는 '살사리'가 맞고 코스모스꽃은 '살사리꽃'이 맞다고 봅니다.

3. 우리말편지에서 '천변을 걷다보니...'라고 했는데,
천변보다는 냇가라고 쓰는 게 더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천변보다는 냇가가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만개한 게 아니라 활짝 핀 게 더 멋있다고 봅니다.

제가 걷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아니... 다시할게요.
제가 걷는 냇가에는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꽃샘 추위가 물러갈 거라네요]

안녕하세요.
출근길에 눈을 보니 기분이 참 좋네요.
이제 곧 날씨가 풀릴 거라죠?

저는 꽃샘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참 좋습니다.
시샘이 아닌 꽃샘이잖아요.
봄에 밀려났던 추위가 돌아서서 보니 화창한 봄이 왠지 좀 싫었겠죠.
그래서 몰고 온 한바탕 추위를 우리 선조는 '꽃샘추위'라고 했습니다.
봄을 시샘해서 오는 추위지만 그것을 시샘추위라고 하지 않고 꽃샘추위라고 한 선조가 고맙습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이라고 하네요.

여기에는 '예정'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예정'은
도착할 예정, 떠날 예정, 일이 예정대로 진행되다처럼 씁니다.
곧, 주체가 사람이거나 사람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꽃샘추위는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가 아니라,
"꽃샘추위가 물러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내친김에
'추위가 누그러져, 추위가 풀려'도 좋은 표현입니다.

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좋았는데,
그게 물러간다니 조금은 서운하네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012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5641
1836 [2011/07/14] 우리말) 서식지와 자생지 머니북 2011-07-14 4888
1835 [2013/06/10] 우리말) 말길이 바로잡혀야 한다 머니북 2013-06-10 4887
1834 [2011/01/18] 우리말) 어줍잖다와 어쭙잖다 moneybook 2011-01-18 4886
1833 [2008/10/22]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0-22 4886
1832 [2013/07/29] 우리말) 두남두다 머니북 2013-07-29 4885
1831 [2011/08/08] 우리말) 토씨(조사) '의' 쓰임 머니북 2011-08-08 4884
1830 [2008/06/12] 우리말) 성대모사/성대묘사/목소리 흉내 id: moneyplan 2008-06-12 4884
1829 [2014/01/22] 우리말) 윤슬 머니북 2014-01-22 4883
1828 [2007/10/10] 우리말) 한 수 위를 뜻하는 낱말은? id: moneyplan 2007-10-10 4883
1827 [2013/07/10] 우리말) 만날과 맨날 머니북 2013-07-10 4882
1826 [2011/12/30] 우리말) 일출과 해돋이 머니북 2011-12-30 4882
1825 [2007/11/16] 우리말) 에두르다 id: moneyplan 2007-11-17 4882
1824 [2009/09/16] 우리말) 목메다와 목매다 id: moneyplan 2009-09-16 4881
1823 [2008/09/01] 우리말) 선탠을 우리말로 하면? id: moneyplan 2008-09-01 4880
1822 [2007/02/14] 우리말)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께 id: moneyplan 2007-02-14 4880
1821 [2007/03/08] 우리말) 껄쩍지근한 CNN id: moneyplan 2007-03-09 4879
1820 [2007/01/15] 우리말) 책거리/책걸이/출판기념회 id: moneyplan 2007-01-15 4879
1819 [2017/02/21] 우리말) '2017년, 새롭게 인정받은 표준어는?... 머니북 2017-02-22 4878
1818 [2016/11/18] 우리말) 개판과 이판사판 머니북 2016-11-19 4878
1817 [2013/09/05] 우리말) 부딪치다/부딪히다 머니북 2013-09-05 4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