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8] 우리말) 승리욕과 승부욕

조회 수 3568 추천 수 90 2010.06.18 08:15:17
승부는,
이길 승(勝) 자와 질 부(負) 자를 써서,
'이김과 짐'을 뜻하고,
그 뒤에 욕심을 뜻하는 '욕'자를 붙이면,
'이기고 지려는 욕심'이라는 뜻이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승부욕'이 이기려는 욕심일까요, 지려는 욕심일까요?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축구 보셨죠?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다음 경기인 나이지리아와 겨룰 때는 꼭 이겨주길 빕니다.

어제 편지에서 제 실수가 있었네요.

성패(成敗)는,
성공과 패배, 곧 '잘 되고 안 되고'를 말하고,...라고 했는데요.
'성공과 패배'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입니다.

어제 축구를 보고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선수들의 '승부욕'이 더 강해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오늘은 승부욕을 알아보겠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상대방을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흔히 '승부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틀린 말입니다.

욕심 욕(慾) 자가 들어간 낱말은,
권력욕, 명예욕, 출세욕, 소유욕 따위가 있는데,
이는 모두 '욕'앞에 나오는 것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의 뜻으로 쓰입니다.
권력욕은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고,
명예욕은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이죠.

이렇게 보면,
승부욕은 말이 안 되는 게 금방 보입니다.
승부는,
이길 승(勝) 자와 질 부(負) 자를 써서,
'이김과 짐'을 뜻하고,
그 뒤에 욕심을 뜻하는 '욕'자를 붙이면,
'이기고 지려는 욕심'이라는 뜻이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승부욕'이 이기려는 욕심일까요, 지려는 욕심일까요?

'승부욕'은 없습니다.
그런 낱말은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이기려는 욕심이나 그러한 강한 의지를 뜻하려면 '승리욕(勝利慾)'으로 해야 합니다.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 곧,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죠.
그러나 실은 '승리욕'도 국립국어원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은 단어입니다.

승리욕이 강해나, 승부욕이 강해를,
'꼭 이기겠다는 굳센 의지로...', '이기고자하는 굳센 마음가짐으로...'로 바꿔 쓰면 어떨까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꼭 이기겠다는 굳센 의지로
멋지게 이겨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북돋우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이 있어 좀 일찍 나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일까요?
귀신일까요? 저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망도,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받는 것보다
사람에게서 받는 실망이 더 가슴 아픈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그래서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렇게 아픈가 봅니다.

우리말에 '북'이 있습니다.
둥둥 치는 것도 북이지만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북주다'입니다.
"흙을 긁어 올려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다."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만 있고 '북주다'는 없네요.

잘 아시는 것처럼 "위로 끌어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는 뜻의 낱말은 '돋우다'입니다.
따라서 북과 돋우다를 합친 '북돋우다'는
흙을 긁어모아 식물이 잘 자라게 만들어준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이 바뀌어 지금은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주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사기를 북돋우다, 애국심을 북돋우다처럼 쓰죠.
이 낱말의 준말이 '북돋다'입니다.

비록 제가 가진 것이 없어 나눠줄 것은 없지만,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 줘 누군가를 북돋아 주고 싶은 날입니다.
어쩌면 제가 그 북돋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고...

마음 아프고 싶지 않은데... 실망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게 없이 서로 북돋우며 보듬고 사는 세상은 없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295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8480
2056 [2011/03/07] 우리말) 나르다와 날다 moneybook 2011-03-07 3571
2055 [2007/05/05] 우리말 편지를 여러분이 써주세요 ^^* id: moneyplan 2007-05-07 3572
2054 [2008/09/22] 우리말) 햇덧 id: moneyplan 2008-09-23 3576
2053 [2009/10/29] 우리말) 야코죽다 id: moneyplan 2009-10-29 3576
2052 [2010/05/11] 우리말) 주꾸미 id: moneyplan 2010-05-11 3576
2051 [2013/04/12] 우리말) 살지다와 살찌다 머니북 2013-04-12 3576
2050 [2013/07/15] 우리말) 호우는 큰비로 써야 합니다 머니북 2013-07-15 3576
2049 [2008/01/17] 우리말) 제 일터 농촌진흥청이 없어졌습니다 id: moneyplan 2008-01-17 3577
2048 [2010/05/13] 우리말) 삐끼 id: moneyplan 2010-05-13 3577
2047 [2013/11/20] 우리말) 주의와 주위 머니북 2013-11-20 3577
2046 [2012/10/29] 우리말) 가마리 머니북 2012-10-29 3577
2045 [2016/03/14] 우리말) 금슬과 금실 머니북 2016-03-15 3579
2044 [2010/04/23] 우리말) 종자의 소중함과 라일락 꽃 id: moneyplan 2010-04-23 3580
2043 [2010/08/05] 우리말) 물쿠다 moneybook 2010-08-05 3580
2042 [2009/07/02] 우리말) 핑크빛과 핑크ㅅ빛 id: moneyplan 2009-07-02 3581
2041 [2015/06/15] 우리말) 날개짓 -> 날갯짓 머니북 2015-06-17 3581
2040 [2009/04/08] 우리말) 해님과 햇님 id: moneyplan 2009-04-08 3582
2039 [2011/03/25] 우리말) 비릊다 moneybook 2011-03-25 3584
2038 [2012/02/03] 우리말) 춤 머니북 2012-02-03 3584
2037 [2016/05/30] 우리말) 스크린 도어 -> 안전문 머니북 2016-05-30 3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