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9] 우리말) 민얼굴과 맨얼굴

조회 수 3668 추천 수 92 2010.08.19 07:49:42
민얼굴이나 맨얼굴이나 뜻이 같다면, 둘 가운데 하나만 사전에 올려 쓰임을 막을 게 아니라,
둘 다 사전에 올려 복수표준어로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주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나요?
이번 주말까지 막바지 열대야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요즘 을지연습 기간이다 보니 회사에서 밤을 새울 때가 잦습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보면 부스스한 머리에 눈곱 낀 얼굴을 서로 보게 됩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부스스한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기는 싫을 겁니다.

"화장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은 '민낯'이라고 합니다. 사전에 따르면 여자에게만 쓸 수 있는 낱말입니다.
"꾸미지 않은 얼굴"은 '민얼굴'입니다. 이 낱말은 여자나 남자 모두에게 쓸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맨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사전에는 없는 낱말인데 조어법에는 맞는 말입니다.
앞가지(접두사) '맨-'은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합니다.
맨발, 맨땅, 맨주먹 따위로 쓰입니다.

민얼굴이나 맨얼굴이나 뜻이 같다면, 둘 가운데 하나만 사전에 올려 쓰임을 막을 게 아니라,
둘 다 사전에 올려 복수표준어로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주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쌩얼'이라는 낱말은 좀 거시기 합니다.
민얼굴, 맨얼굴에 견줘 쌩얼을 좀 싸구려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오랜만에 텔레비전에서 본 엉터리 말 몇 개 알아볼게요.

6월 26일(금) 밤 11:20, MBC
다르다와 틀리다를 가르지 못한 채 썼습니다.
같은 방송 11:33,
1Kg이라고 나왔습니다. 무게 단위는 KG이나 Kg가 아니라 kg입니다.

토요일, SBS, 오전 9:37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을 이야기하면서
'차지다'고 해야 할 것을 '찰지다'고 했습니다.

일요일, KBS2, 저녁 6:24,
'트롯'이라고 했습니다.
대중가요의 하나인 성인가요는 트롯이 아니라 트로트입니다.

일요일 저녁 6:34, KBS2,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은 마니아(mania)인데,
'메니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5분 뒤 '6. 13'이라고 나왔습니다. 월 다음에 점을 찍듯이 일 다음에도 점을 찍어 '6. 13.'이라고 해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 MBC, 6:57,
'안절부절 하는...'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고 할 때는 '안절부절못하다'고 해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 KBS, 7:44,
'가방을 매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는 뜻의 낱말은 '매다'가 아니라 '메다'입니다.

일요일 저녁 KBS, 7:52
정답을 맞추고...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고등학생들이 주로 보는 도전골든벨에서...
입은 맞추는 것이고, 정답은 맞히는 것입니다.

주말에 애들과 놀다 잠시 텔레비전을 봤는데도 이렇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 보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엉터리 자막을 내 보내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670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2098
396 [2014/10/31] 우리말) 큰물/시위/물마 머니북 2014-10-31 3691
395 [2012/04/02] 우리말) 잔불과 뒷불 머니북 2012-04-02 3691
394 [2010/02/11] 우리말) 고랑과 두둑 id: moneyplan 2010-02-11 3691
393 [2015/08/21] 우리말) 쫀쫀한 사람이 필요해! 머니북 2015-08-24 3690
392 [2014/03/27] 우리말) 시월 머니북 2014-03-28 3690
391 [2010/08/11] 우리말) 너나들이 moneybook 2010-08-12 3690
390 [2010/06/07] 우리말) 엿먹다 moneybook 2010-06-07 3690
389 [2009/04/15] 우리말) 수화와 손짓말 id: moneyplan 2009-04-15 3690
388 [2009/01/21] 우리말) 뚱딴지 id: moneyplan 2009-01-21 3690
387 [2015/09/09] 우리말) 여탐과 예탐 머니북 2015-09-11 3689
386 [2015/03/18] 우리말) 향년 머니북 2015-03-18 3689
385 [2011/02/23] 우리말) 댓글 몇 개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moneybook 2011-02-23 3689
384 [2010/04/09] 우리말) 진돗개와 진도견 id: moneyplan 2010-04-09 3689
383 [2012/11/08] 우리말) 내년부터 한글날 쉽니다 머니북 2012-11-08 3688
382 [2016/01/12] 우리말) 병충해/병해충 머니북 2016-01-13 3687
381 [2014/12/19] 우리말) 말뿌리 몇 가지 머니북 2014-12-19 3686
380 [2013/08/30] 우리말) 교포와 동포 머니북 2013-08-30 3686
379 [2015/04/28] 우리말)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가 필요 없는 이유 머니북 2015-04-28 3685
378 [2014/05/29] 우리말) 연필깎기 머니북 2014-05-29 3685
377 [2012/10/24] 우리말) 캐롤과 캐럴 머니북 2012-10-24 3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