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살처분'은
죽일 살(殺 ) 자와 "처리하여 치움"이라는 뜻의 처분을 합친 낱말입니다.
게다가 처분은 處分(しょぶん[쇼분])이라는 일본 낱말에서 왔습니다.
굳이 뜻풀이하자면 "죽여 없앰" 정도 되겠죠.
안녕하세요.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오늘 아침 7:36에 KBS2에서 진행자가 유자를 들고 "피로회복에 좋다"고 했고, 자막에는 '피로해소에 좋다'고 나왔습니다.
왜 '피로회복'이 입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피로해소, 원기회복이라는 바른말을 두고 말도 안 되는 '피로회복'을 못 버리는지요.
그놈의 '피로'는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
아침 뉴스에 보니 경북에서 구제역이 또 나타났군요.
걱정입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 많은 동물이 죽어나가겠네요.
뉴스에서 '살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네이버 뉴스에서 살처분을 뒤져보니
13,006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이 '살처분'은
죽일 살(殺 ) 자와 "처리하여 치움"이라는 뜻의 처분을 합친 낱말입니다.
게다가 처분은 處分(しょぶん[쇼분])이라는 일본 낱말에서 왔습니다.
굳이 뜻풀이하자면 "죽여 없앰" 정도 되겠죠.
정부에서 먼저 썼는지 언론에서 먼저 썼는지는 모르지만
살처분은 좀 껄끄러운 낱말입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살처분'이란 말보다는 '도살 매립' '도살 소각' 따위로 풀어쓰는 게 좋겠다고 하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42383
농식품부에서는 '강제 폐기'로 바꾸자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도 맘에 안 듭니다.
그냥 '죽여 없앰'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살처분이나 도살 매립, 도살 소각, 강제 폐기...... 뭐가 다르죠?
꼭 이렇게 한자로 낱말을 만들어야 하나요?
바로 이럴 때,
우리말에 없는 낱말을 만들어야 하는 이런 경우에,
정부와 언론이 신중해야 합니다.
'노견' 대신 '어깨길'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갓길'을 찾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학자들이 머리 맞대고 알맞은 낱말을 찾거나 만들어야겠지만,
저라면,
'묻어 없앰'이나 '죽여 없앰'을 쓰겠습니다.
좀 다른 말이지만,
대부분의 의대에는 동물 위령비가 있습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만들면서 실험용으로 쓴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만든 비입니다.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기술이라도 발전시켰죠.
이번에 구제역이 왔다고 그 둘레 몇 km 안에 산다는 까닭만으로 죽어간 소나 되지는......
저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니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죄없이 죽어간 동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꼬리와 꽁지]
안녕하세요.
어제 집에서 애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새의 꽁지를 보고 꼬리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애들이야 꼬리나 꽁지나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실은 다릅니다.
다 아시겠지만,
'꼬리'는 길짐승의 꽁무니에 길게 내민 것이고,
'꽁지'는 날짐승의 꽁무니에 붙은 깃을 뜻합니다.
애들은 이렇게 말을 배워가지만,
어른들은 꼬리와 꽁지가 들어간 익은말(속담)로 세상을 배우고 겸손을 배우지 싶습니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익은말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모함하거나 해치는 것을 이릅니다.
또,
'노루 꼬리가 길면 얼마나 길까.'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재주를 지나치게 믿는 것을 두고 비웃는 말이죠.
오늘 하루,
남의 꼬리 물지 않고,
제 꼬리 긴 것을 자랑하지 않으며 살렵니다. 자랑할 꼬리도 없지만...^^*
고맙습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