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는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오랜만에 9시 뉴스를 봤습니다. 그것도 제 일터에서 봤습니다.
1.
프랑스가 훔쳐간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로 했다는 뉴스가 KBS9시 뉴스 첫 꼭지였습니다.
'지리한 20년의 협상...'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는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2.
요즘 중고등학생들 졸업식 때 요란한 뒤풀이를 막고자 경찰까지 나섰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뒤풀이'는 '뒤'와 '풀이'가 합쳐진 낱말로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맞을 것처럼 보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따르면 뒷말의 첫소리가 본래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면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비찜이 맞고 갈빗찜이 틀린 겁니다.
뒤풀이도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뉴스 자막에 뒤풀이라고 바르게 나왔습니다. ^^*
3.
곧 밸런타인데이인가 봅니다. 불량 초콜릿에 속으면 안 된다는 뉴스였습니다.
발렌티누스의 축일인 2월 14일을 이르는 말은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밸런타인데이가 맞습니다.
자막은 밸런타인데이로 나왔고, 기자는 [발렌타인데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4.
돌고래 떼죽음 이야기를 하면서
'고래목 물돼지과 상괭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물돼지'와 '과'가 합쳐진 낱말이므로 '물돼짓과'가 맞습니다.
농사짓는 벼도 벼과가 아니라 볏과가 바릅니다.
5.
유도선수 구타 이야기를 하면서 한 학생이 '맞을때와 맞지 않을때 기분이 틀리다.'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때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를 써야 바를 것 같습니다.
틀린 것은 맞지 않는 것이고,
다른 것은 같지 않은 것이므로,
맞을때와 맞지 않을 때의 기분이 같지 않음을 나타낼 때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를 써야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숫양, 숫염소, 숫쥐]
조금 전에 학교 후배들이 와서 농업과학관을 같이 구경했습니다.
구경하면서 2층에 갔는데, 축산관에 소를 소개하면서 ‘숫소’라고 써진 안내가 있더군요.
이건 틀린 겁니다.
동물의 암수를 구별할 때, 숫양, 숫염소, 숫쥐 이 세 가지만 ‘숫’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수’를 씁니다.
딱 세 가진데, 어렵지 않죠?
혹시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 중,
농업과학관 관리와 관련이 있으신 분은,
축산관에 있는 ‘숫소’를 ‘수소’로 바꿔주세요.
학생들도 많이 오는데...
참고로, 표준어 규정에 나온 내용을 덧붙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1절 자음
제7항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ㄱ을 표준어로 삼고, ㄴ을 버림)
ㄱ ㄴ
수꿩 수퀑, 숫꿩
수나사 숫나사
수놈 숫놈
수사돈 숫사돈
수소 숫소
수은행나무 숫은행나무
다만 1. 다음 낱말에서는 이 접두사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접두사 ‘암-’이 결합되는 경우에도 이에 준한다.(ㄱ을 표준어로 삼고, ㄴ을 버림)
ㄱ ㄴ
수캉아지 숫강아지
수캐 숫개
수컷 숫것
수키와 숫기와
수탉 숫닭
수탕나귀 숫당나귀
수톨쩌귀 숫돌쩌귀
수퇘지 숫돼지
수평아리 숫병아리
다만 2. 다음 낱말의 접두사는 ‘숫-’으로 한다.(ㄱ을 표준어로 삼고, ㄴ을 버림)
ㄱ ㄴ
숫양 수양
숫염소 수염소
숫쥐 수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