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4] 우리말) 째, 체, 채

조회 수 6708 추천 수 7 2011.02.24 11:04:19
‘채’는 앞에 관형어가 와야 하는 의존명사인데 반해,
‘째’는 ‘그대로’나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는 겁니다.
이 말은 곧,
‘채’는 앞말과 띄어 쓰지만 ‘째’는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목요일입니다. 하루만 더 나오면 또 이틀을 쉴 수 있으니 오늘 더 열심히 삽시다. ^^*

오늘 아침 8시에 SBS에서 과일을 통째 먹으면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째, 체, 채를 갈라보겠습니다.
‘ㅔ’와 ‘ㅐ’의 소리가 거의 비슷해 흔히 헷갈리는 문제입니다.

먼저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보면,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그릇째/뿌리째/껍질째/통째로/밭째처럼 씁니다.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나는 뒷짐을 진 채 마당을 어정거렸다처럼 씁니다.

‘체’는
-척 이라는 뜻으로,
보고도 못 본 체/모르는 체를 하며/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처럼 씁니다.
뒤에 ‘하다’가 붙으면,
‘척하다’는 뜻입니다.
잘난 체하다/못 이기는 체하고 받다/알고도 모르는 체하다/똑똑한 체하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라는 뜻으로 ‘척’과 같은 뜻이며,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입니다.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해서 많이 헷갈리죠.

‘째’는 ‘체, 채’와 발음은 다르지만,
뜻은 ‘그대로’라는 뜻이 있어 ‘채’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채’는 앞에 관형어가 와야 하는 의존명사인데 반해,
‘째’는 ‘그대로’나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는 겁니다.
이 말은 곧,
‘채’는 앞말과 띄어 쓰지만 ‘째’는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고 다시 읽어봐도 좀 헷갈리네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으뜸, 버금]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아침저녁 인사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가끔 들으시죠?
당연히 자주 그런 인사를 하실 것이고.

여기서,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많이, 적게’가 아니라,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앞으로는,
“날씨가 꽤 춥죠? 건강하게 보내세요!”라고 인사하세요.

오늘은 으뜸과 버금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게요.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만든 책자 중에,
‘제주도!, 하와이에 버금가는 관광 도시로 개발!’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버금가는’이 잘못 쓰였습니다.

‘버금’은 “으뜸의 바로 아래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이릅니다.
그리하여 만년 차점(次點) 낙선자에게 하는 말로
“그는 선거를 했다 하면 늘 버금이었다”고 하고,
큰아들이 나약하여 둘째아들을 보위에 앉히려 할 때
“나약한 맏이를 폐하고 억센 버금을 세운다”라고 합니다.
곧, ‘버금가다’는 “으뜸의 바로 아래가 되다”로,
“왕에 버금가는 실세”라고 하면 ‘제2인자’란 뜻이 됩니다.
‘버금가다’는 ‘다음가다’라는 뜻이지 동등하다거나 같은 수준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쓰려면 ‘맞먹다’나 ‘같다’를 써야 합니다.

곧,
‘제주도!, 하와이에 맞먹는 관광 도시로 개발!’이라고 써야하는 거죠.
‘맞먹는’을 쓰지 않고, ‘버금가는’을 쓰면,
만 년 일등은 하와이고 잘해야 이등이 제주도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 뜻으로 이 문장을 만든 것은 아닐 거잖아요.

‘버금가다’는 참 좋은 우리말입니다.
상황에 맞게 잘 살려쓰면 좋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에서는
매년 연말에 농업연구상이라는 것을 줍니다.
연구를 열심히 한 연구원에게 주는 상으로,
연구원이 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상 중 하나죠.

그러나 이 상의 종류가 참으로 묘합니다.
우수상 8명,
최우수상 2명,
대상 1명입니다.

‘최우수’에서 ‘최’는 ‘가장 높다’는 뜻으로,
절대 두 개가 될 수 없는데 어떻게 최우수상이 두 명이며,
가장 높다는 상인 최우수상보다 더 높은 상이 ‘대상’이라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어떻게 대상이 최우수상보다 높죠?
그럼 그 위에 클 태를 써서 ‘태상’도 하나쯤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다 그보다 더 높은 상을 만들어야 한다면 참 진 자를 넣어서 ‘진태상’이라고 만들 건가요?
우리 어른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니, 애들이 그걸 배워서
‘오리지날 울트라 슈퍼 캡 짱’이라는 소리나 하고 다니는 겁니다.

바로 이런 상을,
으뜸상, 버금상, 아차상으로 나눠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으로 나눠
말도 안 되는 한자를 써야만 품위 있는 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으뜸상, 버금상, 아차상!
얼마나 좋아요.

제 말씀이 좀 심했나요?
제가 받지 못했기에 그냥 한 번 뒤대봤습니다. ^^*

오늘도 보람찬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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