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5] 우리말) 비릊다

조회 수 4011 추천 수 10 2011.03.25 09:04:12
우리말에 '비릊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애를 밴 여자가 진통을 하면서 아이를 낳으려는 기미를 보이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눈이 좀 내릴 것으로 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눈이 별로 없네요. ^^*

1.
국립국어원에서 봄을 맞아 '따뜻한 봄 언어 잘못 알고 있는 것은?'이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문제를 맞히실 수 있고, 몇 분을 골라 선물도 드리나 봅니다.
http://news.korean.go.kr/online/dalin/dalin.jsp

2.
여자가 애를 낳는 것을 흔히 출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출산은 しゅつさん(出産, 슛산)이라는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해산(解産)으로 다듬어서 쓰도록 했는데,
그냥 애를 낳는다고 하면 되지 출산이나 해산을 쓸 까닭은 없다고 봅니다.

3.
우리말에 '비릊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애를 밴 여자가 진통을 하면서 아이를 낳으려는 기미를 보이다."는 뜻입니다.
그날 밤이 새도록 아내가 아이를 비릊기만 하고 낳지 못하여..., 여자가 애를 비릊을 때 어떻다는 건 너도 겪어 보진 못했지만...처럼 씁니다.
멋진 낱말 같습니다.

4.
며칠 전부터 우리말 편지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맨 밑에 있는 메뉴를 쓰시면 우리말 편지를 바로 트위터에 올릴 수도 있고, 팔로잉도 쉽게 하실 수 있습니다.

5.
다음 주에는 우리말 편지를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지난 2003년 여름부터 꾸준히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다음 주는 좀 쉬려고요. ^^*

실은
아내가 다음 주에 애를 낳습니다.
아내가 비릊을 때 옆에서 손이라도 잡아주면서 같이 있으려고 일터에 휴가를 냈습니다.
애 낳고 정신 좀 차린 다음에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말 편지를 다시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이르다/빠르다]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오늘 논에 이삭거름 주러 갑니다.
패암이 잘 되길 빌어주세요.

오늘은,
어제 제가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친구 : 오랜만이네, 부탁이 있어서... 모 잡지사에 낼 원고인데 좀 봐주게...
제훈 : 그럴게. 지금 전자우편으로 보내다오.
친구 : 이미 보냈어. 좀 바쁜데, 언제까지 봐 줄 수 있어?
제훈 :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
친구 :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저는 이 짧은 통화를 하면서 제 입을 몇 번 때렸습니다.
‘빨라야’가 아니라 ‘일러야’인데...

오늘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어제 전화하면서 제 입을 때린 이유는,
“요즘 나도 좀 바빠서... 일러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이미 제 입을 떠난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고,
그저 제 입을 때리는 수밖에...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
경제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경제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옳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화창하네요.
그래도 반소매만 입기는 좀 이르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보태기)
패암 : 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일. 또는 그 이삭. 보리의 패암이 잘되었다. 벼의 패암이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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