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3] 우리말) 시합과 겨루기

조회 수 3563 추천 수 6 2011.05.03 09:16:55
맞춤법 규정이 바뀌기 전부터 이미 쓰고 있는 회사 이름 따위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오뚜기부대, 오뚜기식품, 안성마춤 따위가 버젓이 쓰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아침에 아들이
"아빠, 우리 시합하면서 가요!"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아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즐겁게 일터에 나왔습니다. ^^*

흔히
운동이나 그 밖의 경기 따위에서 서로 재주를 부려 승부를 겨루는 일을 '시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일본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겨루기'로 다듬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아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누가 빨리 가나 시합하면서 일터에 나온 게 아니라,
누가 잘 타나 겨루면서 일터에 나왔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아침에 받은 좋은 편지가 있어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


오래 전 시외버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것은 불과 10여 분 안팎의 일이었습니다.
만원버스도 아니었고 정류장마다 멈추는 시간이
그리 철저히 지켜지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엔진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승객 중 한 사람이 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 했습니다.

"저기 웬 할머니가 오십니다."

버스 기사가 바라보니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무언가 머리에 인 채 버스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버스에 타고 있던 어떤 승객이 바쁘다면서
서둘러 떠나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오십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가시지요?"

승객은 할 말을 잃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창가에 앉았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려 할머니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버스 밖으로 모아졌습니다.

머리 위의 짐을 받아든 청년은
할머니의 손을 부축하여
잰걸음으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와 청년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
승객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자 마치 전염된 듯
너나없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 할머니는 버스 기사의 어머니도...
청년의 어머니도... 아니었습니다!

- 새순 (새벽편지 가족) -


거친 손... 따뜻이 잡아 드리고
깊은 한숨 헤아려드리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

오랜만에 편지 보내죠?
요즘 좀 바빴습니다.
모내기철이잖아요.

오늘도 밖에서 모를 냈습니다.
이앙기로 하니까 예전보다 힘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밖에서 하는 일이라서 햇볕에 많이 타죠.

밖에서 일하는데 누가 저보고,
“이 더운 날 밖에서 모자 쓰고 일하면 머리 다 벗겨진다”라고 걱정해 주시더군요.

오늘은 그 ‘벗겨지는 것’과 ‘벗어지는 것’의 차이를 좀 알아볼게요.

‘벗어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흘러내리거나 떨어져 나가다”는 뜻으로,
‘신발이 커서 자꾸 벗어진다. 소반의 칠이 벗어져 보기가 흉하다.’처럼 씁니다.

반면,
‘벗겨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외부의 힘에 의하여 떼어지거나 떨어지다”는 뜻으로,
‘신발이 꽉 끼어 잘 벗겨지지 않는다. 때가 눌어붙어 잘 안 벗겨진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대머리는,
머리가 ‘벗겨진 사람’이 아니라 ‘벗어진 사람’입니다.

머리가 벗겨진 사람은,
누가 머리를 일부러 다 뽑아버려서 없어진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자연적으로 머리숱이 없는 사람은,
머리가 벗어진 사람입니다.

머리카락 관리 잘하셔서,
대머리 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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