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0] 우리말) 실수와 잘못

조회 수 3851 추천 수 1 2011.05.20 09:54:12
성폭력은 사회가 금지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남성의 시각에서 미수에 그친 성폭력을 "실수"라고 언급하시는 것 자체를 삼가셨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있는 수원은 비가 내립니다. 봄비인가요? ^^*


그제 보낸 편지에 제 잘못이 있었네요.
먼저,
어떤 분이 보내신 편지를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우리말 편지를 잘 보고 있습니다.
우리말 사랑을 위한 성 박사님의 꾸준한 노력,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말 편지를 읽고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IMF 총재와 같이 대단한 사람이 성폭행 미수를 했다니,
"어쩌다가 그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지금 잇달아 나오고 있는 기사들을 보면 분명 "어쩌다 실수"는 아닌 듯합니다.
설령 이 사람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공적 영역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실수"라는 말로 가해자를 지지하는 언급은 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폭력은 사회가 금지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남성의 시각에서 미수에 그친 성폭력을 "실수"라고 언급하시는 것 자체를 삼가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판례들에도 "순간 성욕을 참지 못하고" 등의 표현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들의 반복 사용이 사회 전반에 남성의 본능적인 성욕과 그 사람의 인격을 별개로 규정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드립니다.


이런 편지를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잘못 쓴 겁니다.
전 IMF총재의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 '잘못'입니다.
그리고 제가 '실수'라고 한 것도 '실수'가 아니라 '잘못'입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 내용을 썼음을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잘못을 잘 짚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실수'는 조심하지 아니하여 잘못함. 또는 그런 행위를 뜻합니다.
따라서 '실수'에 잘못이라는 뜻이 들어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말 느낌에서 '실수'와 '잘못'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전 IMF총재의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어제는 저녁 늦게 아내와 함께 대형 시장에 가서 장을 좀 봤습니다.
저는 그런 시장에 가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공짜로 얻어먹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한 가게에 들렀더니,
아주머니가
“고소하고 담백한 OOO!”
“일단 드셔보세요~~~!”라면서 손님을 끌더군요.

고소하고 담백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낱말인데,
흔히 그렇게 씁니다.

‘고소하다’는
“볶은 깨, 참기름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는 뜻입니다.

반면,
‘담백하다’는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맑다”
“밍밍하고 싱겁다”는 뜻입니다.
곧, 맹물에 조약돌을 끓인 게 담백한 것입니다.

이렇듯 맛도 없고 심심한 게 담백한 것이고,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게 고소한 것인데,
이걸 어떻게 같이 쓰죠?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도,
방송에서도 자주 나오고,
일반 사람도 자주 말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밖에서 일하면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아서...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보태기)
담박은 일본어 淡泊(たんぱく[단바꾸])에서 온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62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138
1256 [2016/08/16] 우리말) 모처럼/어쩌다 머니북 2016-08-17 3678
1255 [2017/03/29] 우리말) 씨양이질 머니북 2017-03-30 3678
1254 [2011/08/12] 우리말) 본 지 오래 머니북 2011-08-12 3679
1253 [2012/03/13] 우리말) 애동대동과 중씰 머니북 2012-03-13 3679
1252 [2008/09/05] 우리말) 얼만큼과 얼마큼 id: moneyplan 2008-09-05 3680
1251 [2013/08/16] 우리말) 책 소개 '오염된 국어사전' 책 소개(2) 머니북 2013-08-19 3680
1250 [2007/11/08] 우리말) 영어 교육 id: moneyplan 2007-11-08 3681
1249 [2008/04/17] 우리말) 눈가에 생긴 잔주름 id: moneyplan 2008-04-18 3681
1248 [2007/06/11] 우리말) 오늘은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id: moneyplan 2007-06-11 3682
1247 [2012/03/19] 우리말) 돋우다와 돋구다 머니북 2012-03-19 3682
1246 [2015/02/16] 우리말) 새털과 쇠털 머니북 2015-02-16 3682
1245 [2007/12/04]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다 id: moneyplan 2007-12-04 3683
1244 [2013/02/07] 우리말) 햇님과 해님 머니북 2013-02-07 3683
1243 [2016/05/25] 우리말) 틀린 한자 몇 개 머니북 2016-05-26 3683
1242 [2008/07/22] 우리말) 나지막하다 id: moneyplan 2008-07-22 3684
1241 [2010/04/07] 우리말) 날름과 낼름 id: moneyplan 2010-04-07 3684
1240 [2007/07/25] 우리말) 공멸은 피해야 합니다 id: moneyplan 2007-07-25 3688
1239 [2009/11/03] 우리말) 누굴 호구로 아나... id: moneyplan 2009-11-03 3688
1238 [2010/04/16] 우리말) 바끄럽다/서머하다 id: moneyplan 2010-04-16 3689
1237 [2013/11/05] 우리말) 동거동락 머니북 2013-11-06 3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