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9] 우리말) 싸가지/늘품과 느ㅊ

조회 수 3884 추천 수 0 2011.07.19 08:53:01

 

비슷한 낱말로 '늘품'이 있습니다.
"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으로
늘품이 있어 보인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집에 가려고 차 문을 열다 보니
앞 문짝부터 뒤 문짝, 그 뒤 프레임까지 부딪친 자국이 있더군요.
누군가 차를 부딪쳤으면 연락처를 남겼뒀으려니 생각하고 차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쁘더군요.
다른 곳도 아니고 일터 내에 있는 주차장이라면 같이 일하는 동료일 가능성이 크고, 또 어쩌면 제 차라는 것을 알 수도 있을 텐데...

이럴 때는,
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작은 것이라도 베풀며 살고자 하는 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꼬박꼬박 내 것 챙기고, 남 보지 않으면 나쁜 짓도 하면서 사는 게 잘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봐야 제 마음만 다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런 마음이 듭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그냥 도망가는 사람은 정말 싸가지 없는 자입니다.(여기서 자는 놈 자 자입니다.^^*)

싸가지...
'
싸가지' '싹수'의 사투리입니다.
'
싹수'
"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말합니다.
그래서 싸가지 없다고 하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가 없는, 곧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말하고,
싹수가 노랗다고 하면,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아니한 사람을 말합니다.
'
싹수'보다는 '싸가지'를 더 흔히 쓰지만 이상하게 '싸가지'는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낱말로 '늘품'이 있습니다.
"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으로
늘품이 있어 보인다처럼 씁니다.

'(혹시 안 보이면 '느ㅊ'자입니다.)'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일의 근원" 또는 "먼저 보이는 빌미"라는 뜻으로,
(혹시 안 보이면 '느ㅊ'자입니다.)이 사납다, 그 녀석은 늧(혹시 안 보이면 '느ㅊ'자입니다.)이 글렀다처럼 씁니다.

실수로 남에게 피해를 줬다면 당연히 사과해야 합니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도망가면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치고,
귀신도 속일 수 있다고 쳐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저야 하루 이틀 속 썩이다 잊어버리면 되지만,
아마도 그사람은 두고두고 마음이 괴로울 겁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연락처를 남겨뒀다 나중에 사과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하긴... 그것도 싸가지가 있고, 늘품이 있는 사람이라야 그렇겠지만요. ^^*

오늘 점심때 차를 고치고 나서 저는 그 일을 잊어버릴 겁니다.
그게 제 정신건강에 좋을 테니까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
환상은 쫓는 게 아니라 좇는 겁니다]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끄물끄물 하네요.

어제는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노래방에 갔습니다.
다들 거나하게 마신 상태라
간잔지런 눈을 하고 멋들어지게 한 곡조씩 뽑더군요.
당연히 저도 한 곡 뽑았죠.

저는 노래방에 가면,
남들이 노래할 때 모니터 화면에 나오는 가사를 유심히 봅니다.
맞춤법 틀린 가사가 무척 많거든요.
어제 누군가가 부른,
‘애수’라는 노래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아직도 모르겠어 난 정말
꿈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
널 날마다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환상을 쫓고 있어
그리워 목이 메어 눈물 흘려도 눈물 닦아도
...
온통 너의 모습 그뿐인걸

기억나시죠?
이 노래에서 ‘환상을 쫓고 있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환상은 ‘쫓’는 게 아니라 ‘좇’는 겁니다.

‘쫓다’와 ‘좇다’는 다릅니다.

‘쫓다’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를 따라서 급히 가다”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위치이동이 있을 때 쓰고,

‘좇다’는
“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라는 뜻으로,
공간적인 이동과는 상관없이,
생각을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명예를 좇는 젊은이/태초부터 사람은 살기 편한 것을 좇게 마련이오.’처럼 쓰죠.

노랫말에 나오는,
‘환상을 쫓고 있어’라는 구절도,
환상을 잡기 위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 게 아니기 때문에,
‘쫓고 있어’가 아니라 ‘좇고 있어’ 라고 해야 합니다.

밖에 비가 오네요.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87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404
1976 [2011/11/11] 우리말) 수산용어 다듬기 머니북 2011-11-11 3922
1975 [2017/06/23] 우리말) 천장인가 천정인가 머니북 2017-06-24 3921
1974 [2016/02/25] 우리말) 초치 머니북 2016-02-25 3921
1973 [2012/01/17] 우리말) 설과 구정 머니북 2012-01-17 3920
1972 [2011/06/21]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1-06-22 3920
1971 [2007/03/20] 우리말) 오늘은 문제를 냈습니다. 상품도 있습니다. ^^* id: moneyplan 2007-03-20 3919
1970 [2013/01/30] 우리말) 입지전/입지전적 머니북 2013-01-30 3918
1969 [2009/09/17] 우리말) 움츠르다 id: moneyplan 2009-09-17 3915
1968 [2017/06/20] 우리말)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 머니북 2017-06-22 3914
1967 [2007/04/12] 우리말) 어벌쩍 넘기다 id: moneyplan 2007-04-12 3914
1966 [2011/02/17] 우리말)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moneybook 2011-02-17 3913
1965 [2010/06/29] 우리말) 큰소리와 큰 소리 moneybook 2010-06-29 3913
1964 [2017/09/06] 우리말) 달걀과 계란 머니북 2017-09-07 3910
1963 [2012/08/07] 우리말) 저제 머니북 2012-08-07 3909
1962 [2011/10/21] 우리말) 일본말 공부 한자 머니북 2011-10-21 3907
1961 [2011/08/17] 우리말) 착하다(2) 머니북 2011-08-17 3907
1960 [2009/09/14] 우리말) 궁글다 id: moneyplan 2009-09-14 3907
1959 [2012/10/08] 우리말) 인터넷 기사 '한글과 더불어' 머니북 2012-10-08 3906
1958 [2012/05/30] 우리말) 다투다 머니북 2012-05-30 3905
1957 [2015/06/24] 우리말) 마음속/맘속 머니북 2015-06-25 3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