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7] 우리말) 닭 벼슬과 닭 볏

조회 수 4260 추천 수 0 2011.11.17 09:53:59

 

닭 머리 위에 붙어서 벼슬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 살 조각은 볏입니다.
'
닭 벼슬'이 아니라 '닭 볏'인거죠.


안녕하세요.

오늘 저녁에 비가 내리고 좀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어제는 수원에서 동료와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데, 하필이면 개고기 집에서 저녁 식사를 잡아놨더군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삼계탕을 주문해서 그걸 먹었습니다.

삼계탕을 먹을 때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첫째는 이 세상에 숨탄것으로 태어나 고작 30일밖에 못살고 죽어서 식탁에 올라오는 닭이 불쌍하다는 생각이고,
둘째는 아직도 닭이나 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을 '벼슬'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 ''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닭 머리 위에 붙어서 벼슬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 살 조각은 볏입니다.
'
닭 벼슬'이 아니라 '닭 볏'인거죠.

혹시 쟁기라는 농기구를 아시나요?
예전에 논이나 밭을 갈 때 소가 끌던 건데요.
쟁기는 땅속 약 10cm 속에 보습이라는 날을 넣어 흙을 자르고 그 흙을 뒤집어 줍니다.
이때 보습 위에 비스듬하게 쇳조각을 덧대 보습이 자른 흙을 받아 한쪽으로 떨어지게 하는데요. 그 쇳조각도 ''입니다.
오랜만에 쟁기 이야기 해보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광어 -->> 넙치]

요즘은 포장마차에서 회도 파네요.

회 이야기에 앞서서,
설마, 아직도 ‘곰장어’나 ‘아나고’를 주문하지는 않으시겠죠?
‘곰장어’는 ‘갯장어’나 ‘먹장어’라고 해야 하고,
‘아나고’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

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횟감으로 가장 흔한 게 ‘광어’와 ‘도다리’겠죠?
도다리는 우리말을 쓰면서 광어는 왜 안 쓰는지...

광어(廣魚)에 맞대는 우리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넙치’입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하지는 않으시죠?
지금도 가끔 ‘사시미’라는 낱말을 듣긴 하는데요.
이 ‘사시미’는 일본어로 刺身[さしみ]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찌를 자(), 몸 신() 자를 써서
칼로 고기의 몸을 찌른다는 뜻입니다.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좋지만,
한자가 좀 거시기하죠?
이런 거시기한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일본어 ‘사시미’를 쓸 필요도 없겠죠.

오늘은 잔소리가 좀 길었네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저는 오늘 서울에 갑니다.



보태기)
편지 내용 중,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에서
‘한잔하려는데’를 ‘한 잔 하려는데’처럼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잔하다’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있는 낱말은 붙여 쓴다고 말씀드렸죠?

‘한잔하다’는
“간단하게 한 차례 술을 마시다.”는 뜻입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최철영 님이 시를 보내오셨습니다.

박사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넙치 이야기가 나와서
최근에 지은 저의 졸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
시선"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바닥
숨 죽여 엎드려 사는 족속들에게도
단호한 시선이 있다.

왼쪽 눈
좌파 넙치

오른쪽 눈
우파 도다리

저마다의
쏠린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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