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6] 우리말) 딸내미와 싸움

조회 수 4090 추천 수 0 2011.12.06 19:58:08

 

땐깡은 쓰면 안 되는 낱말이고,
그를 갈음한 지다위나 찔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앙탈, 찌그렁이, 투정 따위가 있다고 나나니 님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예수남은 선배님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곱게 나이들어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
(
예수남은 : 예순이 조금 넘는 수. 또는 그런 수의.)

어제 낸 문제 답은 '찔통'입니다.
"
몸이 좋지 않거나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여 자꾸 울거나 보챔."이라는 이름씨(명사)
평소 연모하던 순이가 눈에 뜨이자 그의 찔통이 제 성질을 가누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처럼 씁니다.

땐깡은 쓰면 안 되는 낱말이고,
그를 갈음한 지다위나 찔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앙탈, 찌그렁이, 투정 따위가 있다고 나나니 님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난 주말에 딸과 있었던 짧은 대화입니다.


딸과 논리 싸움


제 딸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커가는 자식을 보는 기쁨이 이런 건가 싶게 요즘 잘 크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빠 : 지안아, 아빠와 너 가운데 누가 나이가 많지?

: 당연히 아빠가 많죠!

아빠 : 그럼 누가 더 오래 살 것 같아?

: 아 그거야 당연히 제가 아빠보다 오래살겠죠!

아빠 : ... 그렇지? 그럼 너는 앞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기회가 아빠보다 더 많겠지? 그러니 여기 있는 이것은 아빠가 먹을게, 맞지?

: .........

이런 논리(?)로 딸내미 앞에 있는 맛있는 것을 몇 번 뺏어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논리를 만들지 못해 고민하던 딸이 지난 주말에는 새로운 논리로 무장(?)하여 제게 대들었습니다. ^^*

: 아빠! 아빠와 저 가운데 누가 나이가 많아요?

아빠 : 당연히 아빠가 나이가 많지.

: 아빠, 그럼, 그동안 맛있을 것을 먹을 기회는 누가 더 많았을까요?

아빠 : 그거야... 그런 기회는 아빠가 많기는 했지만, 아빠 어렸을 때는 못살아서 이렇게 맛있는 게 없었어. 그래서 너나 나나 기회는 같아.

: 아니요. 그동안 아빠는 기회가 많았고, 많이 드셨을 테니, 이것은 제가 먹는 제 맞아요. 그렇지 않아요?

아빠 : .........

저 이렇게 삽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벌리다/벌이다]

며칠 전에 엽서를 하나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애 돌을 맞아 잔치를 벌렸으니 많이 참석해 주시라는...

근데 잔치를 어떻게 벌리죠?
‘벌리다’와 ‘벌이다’는 다른 낱말입니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는 뜻으로,
줄 간격을 벌리다/가랑이를 벌리다/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처럼 씁니다.
“껍질 따위를 열어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쨌든 물리적인 거리를 떼어서 넓히는 게 ‘벌리다’입니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뜻으로,
잔치를 벌이다/사업을 벌이다처럼 씁니다.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가게를 차리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쉽게 가르실 수 있죠?
‘벌리다’는 물리적인 간격을 넓게 하는 것이고,
‘벌이다’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고...

따라서, 잔치는 ‘벌리’는 게 아니라 ‘벌이’는 것이죠.
“잔치를 벌였다.”가 맞습니다.

세상살이가 늘 잔칫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310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8644
956 [2011/06/14] 우리말) 한자 교육 머니북 2011-06-14 4089
955 [2013/09/26] 우리말) 윈도우와 윈도 머니북 2013-09-26 4089
954 [2012/08/16] 우리말) 올림픽 때 보낸 편지 머니북 2012-08-18 4089
953 [2008/02/04] 우리말) 물찌똥 id: moneyplan 2008-02-04 4090
952 [2009/03/11] 우리말) 노란자와 노른자 id: moneyplan 2009-03-11 4090
951 [2011/05/12] 우리말) 달뜨다와 주니 moneybook 2011-05-12 4090
950 [2011/11/14] 우리말) 막히다와 밀리다 머니북 2011-11-14 4090
949 [2012/02/14] 우리말) 최선을 다하다 머니북 2012-02-14 4090
948 [2012/06/25] 우리말) '엉큼하다'와 '응큼하다' 머니북 2012-06-25 4090
947 [2007/04/11] 우리말) 비빔밥을 버무리다 id: moneyplan 2007-04-11 4091
946 [2008/08/26] 우리말) 붙좇다 id: moneyplan 2008-08-26 4091
945 [2011/08/09] 우리말) 흙주접 머니북 2011-08-09 4091
» [2011/12/06] 우리말) 딸내미와 싸움 머니북 2011-12-06 4090
943 [2016/09/02] 우리말) 드레지다 머니북 2016-09-07 4091
942 [2007/03/26] 우리말) 고객관리하라고요? id: moneyplan 2007-03-26 4092
941 [2009/09/16] 우리말) 목메다와 목매다 id: moneyplan 2009-09-16 4092
940 [2016/12/15] 우리말) 혼밥, 혼술, 혼영, 혼말? 머니북 2016-12-19 4092
939 [2007/07/27] 우리말) 싱글맘 id: moneyplan 2007-07-31 4093
938 [2007/10/06] 우리말)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id: moneyplan 2007-10-08 4093
937 [2008/05/06]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8-05-07 4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