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3] 우리말) 덕분에와 때문에

조회 수 4472 추천 수 0 2012.05.23 10:12:05

살면서
너 때문에 고생했다보다는
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을 자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다 네 탓이야보다는
이게 다 네 덕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출근길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버스도 복잡했고, 사람이 많아 구두도 몇 번 밟히고 안경도 부딪쳤습니다.
게다가 전철이 제시간에 오지 않아 하마터면 지각할 뻔 했습니다.
1시간 40분 넘게 서서 오는 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비좁은 차를 타고 오면 더 힘듭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흔히 하는 말에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책임을 회피할 때 쓰는 말이죠.

여기에 쓰인 덕과 탓은 가름이 뚜렷합니다.
덕은 도덕적ㆍ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깜냥이고,
탓은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입니다.

'덕분'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합니다. 긍정적일 때 쓰죠.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하는 말로
덕분과 탓은 쓰는 맥락이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때문'은 좀 다릅니다.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때에 쓰이며,
부정적 맥락에서 좀 더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특정 맥락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살면서
너 때문에 고생했다보다는
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을 자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다 네 탓이야보다는
이게 다 네 덕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덕분은 덕(德)을 나누어(分) 준다는 뜻이라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라고 하면서 자연에 감사하며 살고,
네 덕분에...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며,
내가 덕분에라는 인사를 받았을 때는 내가 정말로 덕을 나누어주었는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오늘은 덕분에라는 인사를 자주 건네야겠습니다. ^^*

편지를 쓰다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온종일 전철 탓만 하면서 지낼뻔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안간힘의 발음]

안녕하세요.

제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돌도 안 된 녀석입니다.
요즘 한창 걷기 연습 중인데요.
한 발이라도 더 디뎌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아들 생각하면서 오늘 우리말편지를 쓰겠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몹시 애쓰는 힘"을 '안간힘'이라고 합니다.
설마 이걸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아래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안간힘을 쓰는 아들'

아마, 대부분,
[안간힘]이라고 발음하셨을 텐데요.
쓰기는 '안간힘'이지만,
읽기는 [안깐힘]으로 읽으셔야 합니다.

한 발 떼고 버티고,
또 한 발 떼고 버티고...
[안깐힘]을 다하는 아들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그동안 딸내미 이야기만 했죠?
오늘 처음으로 아들 이야기를 한 까닭은? 

바로 오늘이 제 아들 돌입니다.
돌잔치도 못하고 특별한 선물도 못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빌어주세요. 
앞으로는 아들 이야기도 가끔 보내드릴게요. 

보태기)
어제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주셨습니다.

한 말씀 드리고 싶어 적습니다. 
안간힘을 [안간힘]이라 읽지 않고 [안깐힘]으로 읽어야 하는 까닭을 밝히지 않으셨더군요. 
그 까닭은, 안간힘이 '안'과 '간힘'이 합해진 낱말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간힘'이란, 내쉬는 숨을 억지로 참으면서 고통을 이기려고 애쓰는 힘을 말하지요. 
'안간힘'에서 '안'은 '마음속'이나 '몸속'을 뜻하고, 
'간힘'의 뜻을 더욱 뚜렷하게 하려고 덧붙인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545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0998
496 [2014/07/30] 우리말) 발맘발맘 머니북 2014-07-30 6386
495 [2012/03/30] 우리말) 비거스렁이 머니북 2012-03-30 6391
494 [2013/05/24] 우리말) 서식과 자생 머니북 2013-05-24 6392
493 [2016/09/26] 우리말) 할 말과 못할 말 머니북 2016-11-01 6395
492 [2010/11/18] 우리말) 마루 moneybook 2010-11-18 6397
491 [2012/05/24] 우리말) 주스 머니북 2012-05-24 6401
490 [2017/11/17] 우리말) 패러다임 머니북 2017-11-17 6401
489 [2006/12/07] 우리말) 자선냄비 id: moneyplan 2006-12-07 6403
488 [2006/10/17] 우리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id: moneyplan 2006-10-17 6406
487 [2013/02/2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진돗개 [1] 머니북 2013-02-26 6411
486 [2008/07/11] 우리말) 산보, 산책, 걷기, 거닒 id: moneyplan 2008-07-11 6414
485 [2014/07/21] 우리말) 누가 '전기세'를 걷나? 머니북 2014-07-21 6415
484 [2015/07/03] 우리말) 조촐한 자리 머니북 2015-07-03 6415
483 [2009/08/31]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8-31 6418
482 [2010/11/25] 우리말) 새다와 새우다 moneybook 2010-11-25 6419
481 [2017/04/17] 우리말) 달물결 머니북 2017-04-18 6422
480 [2011/01/04] 우리말) 잔주름/잗주름 moneybook 2011-01-04 6425
479 [2010/09/16] 우리말) 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9-16 6430
478 [2007/03/29] 우리말) 움츠리다와 옴츠리다 id: moneyplan 2007-03-30 6432
477 [2017/11/08] 우리말) 제기? 머니북 2017-11-08 6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