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1] 우리말) 걷어붙이다

조회 수 4644 추천 수 0 2013.02.21 09:50:59

'부치다'에 
"신체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뭔가를 맞닿게 해서 떨어지지 않게 만든 것이라고만 보면,
소매를 말아 올려 팔에 붙이고 일한다고 생각해서,
'걷어붙이다'가 옳다고 외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57에 KBS에서 "죽으면 썩을 몸,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으면 어차피 썩을 몸뚱어리를 아껴서 뭐하겠어요.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하는 데나 써야죠.
그리고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죽어서 입는 옷인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있는 동안 열심히 살고, 죽어서 흙보탬할 때는 깨끗하게 떠나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해야겠죠? ^^*

이렇게
"소매나 바짓가랑이 따위를 말아 올리다."는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는
'걷어부치다'가 바를까요, '걷어붙이다'가 바를까요?

그 전에,
'부치다'와 '붙이다'를 갈라 보겠습니다.
'부치다'는 "편지나 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써서 상대에게로 보내다."는 뜻이 있고,
'붙이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 "신체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부치는 것이고, 반창고는 붙인다고 써야 바릅니다.

'부치다'에 
"신체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뭔가를 맞닿게 해서 떨어지지 않게 만든 것이라고만 보면,
소매를 말아 올려 팔에 붙이고 일한다고 생각해서,
'걷어붙이다'가 옳다고 외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붙이고 일했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오늘이 목요일입니다.
소맷자락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합시다.
내일은 금요일이고, 그러면 그다음 이틀은 쉴 수 있잖아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선글라스 맨]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탈레반에 잡혀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풀려났죠? 참으로 다행입니다.
탈레반과 협상할 때, 검은색 안경을 쓴 우리나라 협상 대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누리집에 보니 '선글라스 맨'이라는 꼭지로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우리는 보통 [썬그라스]라고 하는데 왜 '선글라스'라고 쓰죠?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단어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되었을 때는
각각의 단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따라서,
sunglass는 태양이라는 sun[선]과 유리라는 glass[글라스]가 합쳐진 말이므로,
'선글라스'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이런 게 또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highlight입니다.
high의 발음이 [하이]이고, light의 발음이 [라이트]라서,
highlight의 발음도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되는 겁니다.

또,
태양 sun이 [썬]이 아니라 [선]인 까닭도 외래어 표기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외래어를 적을 때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빵, 껌 따위는 어쩔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낱말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뻐스가 아니라 버스고, 
빠리가 아니라 파리고,
까페가 아니라 카페고,
씨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이고,
싸이클이 아니라 사이클이고,
르뽀가 아니라 르포고,
써비스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선그라스'라는 낱말 하나로도 이렇게 할 말이 많답니다. ^^*

이번 주도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웃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____^*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표준국어대사전에따르면 '글라스'는 '유리잔'으로 다듬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358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9070
476 [2016/04/22] 우리말) 생사여부 머니북 2016-04-22 4717
475 [2006/10/09] 우리말) 우리말 훼방꾼? 우리말 헤살꾼! id: moneyplan 2006-10-09 4718
474 [2009/02/16] 우리말) 나름대로... id: moneyplan 2009-02-16 4719
473 [2013/07/31] 우리말) 우편번호 읽기 머니북 2013-07-31 4722
472 [2011/08/31] 우리말) 줄거리와 졸가리 머니북 2011-08-31 4727
471 [2015/04/20] 우리말) 덥석 머니북 2015-04-20 4730
470 [2011/11/02] 우리말) 오순도순과 오손도손 머니북 2011-11-02 4732
469 [2012/04/05] 우리말) 한식 머니북 2012-04-05 4732
468 [2007/04/17] 우리말) 가름과 갈음 id: moneyplan 2007-04-17 4739
467 [2007/02/06] 우리말) 내 사랑 현아 씨! id: moneyplan 2007-02-07 4742
466 [2016/09/01] 우리말) 곱다/예쁘다/예쁘장하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귀엽다 머니북 2016-09-07 4742
465 [2010/07/21] 우리말) 후더분한 날씨 moneybook 2010-07-21 4744
464 [2011/09/07] 우리말) 묏자리도 맞고 묫자리도 맞습니다 머니북 2011-09-08 4745
463 [2011/09/14] 우리말) 허섭스레기도 맞고 허접쓰레기도 맞습니다 머니북 2011-09-14 4746
462 [2007/02/10] 우리말) 모순과 비각 id: moneyplan 2007-02-12 4747
461 [2008/11/27]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2-01 4748
460 [2017/10/31] 우리말) '세종대왕과 소통' 발표자료 머니북 2017-11-06 4748
459 [2013/12/10] 우리말) 책거리 머니북 2013-12-10 4749
458 [2012/09/07] 우리말) 주리팅이 머니북 2012-09-07 4749
457 [2006/11/22] 우리말) 난 널 짜장 좋아한다 id: moneyplan 2006-11-22 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