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5] 우리말) 타래박과 파래박

조회 수 3830 추천 수 0 2013.04.15 09:39:03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전을 뒤져보니 '파래박'이라는 낱말이 나왔습니다.
"
배 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는 데 쓰는 바가지."라네요. ^^*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고향에 갔다가 얼떨결에 구두 신고 무등산에까지 올랐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무등산에 오른 게 25년 만이더군요.
그동안 저는 산이라고는 마을 뒷산 한 번도 안 갔으니...

월요일 아침입니다.
며칠 전 차 안에서 책을 읽다 '파래박'이라는 낱말을 봤습니다.
배 바닥에 구멍이 나서 열심히 파래박으로 물을 퍼낸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는 '파래박'이라는 낱말을 처음봤습니다.
그래서 타래박을 잘못 쓴 것으로 생각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전을 뒤져보니 '파래박'이라는 낱말이 나왔습니다.
"
배 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는 데 쓰는 바가지."라네요. ^^*

이렇게 오늘 하루도 배움으로 시작합니다.
늘 배우면서 살면 즐겁잖아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
가위표와 가새표]

안녕하세요.

저는 토요일이 참 좋습니다이렇게 늦게 나올 수 있잖아요. ^^*

지난주 토요일딱 일주일 전에 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45개월)인데 편지를 써서 주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 좀 할게요마침 토요일이라...^^*
(
토요일에는 우리말이나 맞춤법이야기를 보내기도 하지만가끔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도 보냅니다.)

'
오늘 엄마 퇴원하시는 날이니 집 청소 좀 하자저것은 네 장난감이니 네가 치워라아빠는 방과 거실을 청소할게.'
'......'
'
저것좀 치우라고네가 가지고 놀았으니 네가 치워야지안 그래?'
'......'
'
오늘 엄마 퇴원해서 집에 오시는데 이렇게 어지럽게 장난감을 널어놓으면 되겠어이러다 넘어지시면 엄마 또 병원에 입원하실 수도 있잖아빨리 치워!'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가 장난감을 대충 상자에 담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창 청소하는데
딸내미가 뒤에서 저를 콕콕 찌르더니
'
아빠편지'하면서 종이를 주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s_
첫편지.jpg

'
성제훈X'

'
이게 무슨 뜻이야?'
'
아이 참 아빠 엑스라고오~'
'
엑스가 뭔데?'
'
그것도 몰라아빠 밉다고오~'
'......'

제가 이 녀석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제가 이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저에게 처음 편지를 주면서 감동을 선사하더니,
알고 보니 그 뜻이 아빠가 밉다라니...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딸내미 편지를 받아서 기쁘긴 한데뜻이 영 거시기하네요
그래도 좋습니다저에게 어떻게 온 딸인데요저는 그저 기쁩니다. ^^*

오늘은 딸내미가 쓴 'X'이야기를 해 볼게요.

O, X
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세요?
'
', '엑스'?
'
동그라미', '가위표'?
'
동그라미', '가새표'?

'X'
는 가새표가 맞습니다.
가새는
'
사각형으로 짠 뼈대의 변형(變形)을 막기 위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빗댄 쇠나 나무 막대'를 뜻합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00016.jpg

'
가새'와 소리가 비슷한 가위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옷감종이머리털 따위를 자르는 기구로
날이 있는 두 개의 쇠를 교차시켜 가운데 사북을 박고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여 자르는 기구입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aa537ssy.jpg

'X'

가새와 닮았지만
잘 모르는 가새보다는 흔히 보는 가위를 떠올려
'
가새표'보다 '가위표'를 더 많이 씁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
가새표'가 맞는 말이지만,
'
가위표'도 맞다고 복수표준어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X' '가위표'라고 해도 되고 '가새표'라고 해도 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러나 '가께표' '가세표'는 틀립니다.

어찌어찌 글을 쓰다 보니,
딸내미 편지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어쨌든, O, X
'
엑스'보다는
'
동그라미표가새표(가위표)'라고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제 딸내미에게 물어봤습니다.
'
아빠 동그라미야 가위표야?'
'
아빠는 동그라미야!'
^_____^*
이런 딸이 있어 저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사투리로 가위를 가세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01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552
996 [2009/09/21] 우리말) 남의나이 id: moneyplan 2009-09-21 3473
995 [2009/02/19] 우리말) 오지다 id: moneyplan 2009-02-19 3473
994 [2008/06/03] 우리말) 떠나는 순자 씨가 아쉬워서...... id: moneyplan 2008-06-05 3473
993 [2008/03/25] 우리말) 막서고 뒵드는 부집 id: moneyplan 2008-03-25 3473
992 [2014/06/20] 우리말) 노랫말의 반칙 머니북 2014-06-20 3472
991 [2008/06/25] 우리말) 틀린 발음 몇 개 id: moneyplan 2008-06-26 3472
990 [2011/01/25] 우리말) 달인 moneybook 2011-01-25 3471
989 [2010/11/08] 우리말) 첫과 첫눈 moneybook 2010-11-08 3471
988 [2010/10/19] 우리말) 끼적이다 moneybook 2010-10-19 3471
987 [2008/12/03] 우리말) 찾다와 뒤지다 id: moneyplan 2008-12-04 3471
986 [2008/02/21] 우리말) 농촌진흥청이 감치도록 야젓하게 일할 겁니다 id: moneyplan 2008-02-21 3471
985 [2016/11/22] 우리말) 장도 머니북 2016-11-22 3470
984 [2016/01/11] 우리말) 굼적/꿈적/꿈쩍 머니북 2016-01-11 3470
983 [2011/01/24] 우리말) 모포와 담요 openmind 2011-01-24 3470
982 [2008/01/25] 우리말) 뇌꼴스럽다 id: moneyplan 2008-01-25 3470
981 [2007/09/08] 우리말) 한글문화연대 id: moneyplan 2007-09-10 3470
980 [2007/06/26] 우리말) 판사는 ㄷㄹ지고 ㄷㄸ야합니다 id: moneyplan 2007-06-26 3470
979 [2017/03/14] 우리말) 사저 머니북 2017-03-14 3469
978 [2017/02/20] 우리말) 지표식물 머니북 2017-02-20 3469
977 [2010/05/25] 우리말) 나와바리 id: moneyplan 2010-05-25 3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