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3] 우리말) 아등바등

조회 수 4908 추천 수 0 2013.07.03 11:19:56

힘에 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쓰는 것을 두고는 '바동거리다'나 '버둥거리다'고 한다는 겁니다.
모음조화에 따라 '바동(버둥)거리다'로 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좀 덜 덥네요. ^^*

가끔 드리는 말씀이지만,
여름에 더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더위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이 더위를 즐기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더위를 이기려고 너무 아등바등하면 나만 힘들잖아요.

흔히 무엇을 이루려고 애를 쓰거나 우겨대는 모양을 일러 '아둥바둥'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아등바등'이 바릅니다.


헷갈리는 것은
힘에 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쓰는 것을 두고는 '바동거리다'나 '버둥거리다'고 한다는 겁니다.
모음조화에 따라 '바동(버둥)거리다'로 씁니다.

'아등바등'이 맞고, '바동(버둥)거리다'가 바르고...

좀 헷갈리지만,
우리가 영어 공부하면서 스펠링을 외웠듯이,
우리말도 철자를 외워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자린고비]

안녕하세요.

내일 초파일이 아버님 제사라서 저는 오늘 저녁에 고향에 갑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어떤 못된 불효자식이 있었습니다.
딸 부잣집의 외아들로 태어나 온갖 귀여움은 다 받고 자랐고,
누나들은 대학을 안 보냈지만 그 아들만은 대학에 보냈습니다.
그 아들이 대학 3학년 때 환갑을 맞아 잔치를 벌였는데,
마침 잔치 하루 전날 영장 받고 군대에 들어가버렸습니다.
복 없는 아버지는 딸만 일곱을 세워놓고 환갑 상을 받으셨죠.
그 못된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 공부 좀 더 해보겠다고 사표 내고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빨리 장가가서 대를 이으라는 부모님 뜻을 저버리고 제 욕심 채우겠다고 대학원에 들어간 거죠.
대학원 석사 졸업식 때 부모님이 오신다는 것을,
"박사과정에 합격했으니 박사 졸업식 때 오세요. 지금은 몸도 불편하신데..."라며 말렸는데,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100일 만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장가가는 것도 못보고, 박사모 쓰는 것도 못보시고...
위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36kg밖에 안 나가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 밀어드린 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간 것이었고,
목욕탕에서 나와 아버지가 좋아하는 낙지를 사 드린 게 아버님께 마지막으로 사드린 점심이랍니다. 물론 단 한 점도 못 드셨지만......
그래서 그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 제사상에 낙지를 꼭 올립니다.

자린고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몹시 인색한 사람을 이르는 말인데요.
'자린'은 절이다에서 왔습니다.
옛날에 어떤 부자가 제사 때마다 쓰고 태워 없애는 지방 종이가 아까워
지방을 기름에 절여 썼다고 합니다.
자린고비는 "기름에 절인 고비"라는 말입니다.

고비는 지방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현고(顯考), 돌아가신 어머니는 현비(顯)라고 하는데,
현고의 '고'와 현비의 '비'를 따서 고비(考)라고 하였다네요.
따라서,
자린고비는
"부모님 제사에 쓰는 지방 종이도 아까워 기름에 절여 쓰는 사람"입니다.
아껴쓰는 것도 좋지만 이것은 좀 심하죠?

돌아가신 분께 기름에 절인 지방을 쓰건 좋은 종이를 쓰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자연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드리는 게 
걸게 차린 제사상보다 백배 천배 가치 있는 일일 겁니다.

이 불효자는 오늘도 낙지를 사들고 아버님께 잘못을 빌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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