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9] 우리말) '사리'와 '개비'

조회 수 3740 추천 수 0 2013.12.09 12:21:20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인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사리'와 '개비'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면 한 사리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사리’는 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면을 세는 단위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리’가 면이나 덤인 것으로 오해하게 되면, 면은 사라지고 그냥 단위만 써서 “사리 주세요.”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나아가서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주문할 때도 “사리 주세요.” 하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마치 문구점에 가서 연필을 산 뒤에 추가로 주문하면서 그냥 “자루 주세요.” 하는 것과 한가지이다.

‘자루’라는 말도 가끔 ‘개비’와 혼동된다. ‘자루’와 ‘개비’는 둘 다 길고 곧은 물건을 셀 때에 쓰는 단위명사인데, 손잡이가 있거나 그 안에 심이 들어 있는 것일 때에는 ‘자루’를 쓴다. 그래서 손잡이가 있는 삽이나 지팡이 같은 물건을 셀 때에도 ‘자루’고, 심이 들어 있는 연필을 셀 때에도 ‘자루’이다.

하지만 길고 곧은 물건 가운데 손잡이도 없고 심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주로 ‘개비’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그래서 장작을 쪼갠 것도 ‘장작 한 개비’처럼 ‘개비’를 쓰고, 담배를 낱개로 셀 때에도 ‘담배 한 개비’라고 말한다. (이때, ‘개피’나 ‘가치’는 모두 비표준말이다.) 제사상에 피우는 향을 셀 때에도 ‘향 한 자루, 두 자루, …’가 아니라 ‘향 한 개비, 두 개비, …’라고 말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낫잡다/낮잡다]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낫잡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 멋진 우리말인데 요즘은 많이 쓰지 않죠.

오늘은 낫잡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낫잡다'는
[낟ː짭따]로 발음하고
'금액, 나이, 수량, 수효 따위를 계산할 때에, 조금 넉넉하게 치다.'는 뜻입니다.
손님이 더 올지 모르니 음식을 낫잡아 준비해라, 
경비를 낫잡았더니 돈이 조금 남았다처럼 씁니다.
어제 제가 만난 분은
'무슨 일을 할 때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말고 낫잡아 둬야 일하기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낫잡다와 발음이 거의 같은,
'낮잡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낟짭따]로 발음하고
'실제로 지닌 값보다 싸게 치다.'나
'사람을 만만히 여기고 함부로 낮추어 대하다.'는 뜻입니다.
물건값을 낮잡아 부르다, 그는 낮잡아 볼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처럼 씁니다.
'남의 재주나 능력 따위를 실제보다 낮추어 보아 하찮게 대하다.'는 뜻의
'얕잡다'와 거의 같은 뜻이죠.

세상 살면서,
남을 낮잡아 보면 안 되지만,
내가 준비하는 일은 낫잡으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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