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8] 우리말) 엉터리 자막

조회 수 4462 추천 수 0 2014.11.28 09:15:19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일터에 나오자마자 이승돈 박사와 후반기 과제관리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처 못썼습니다.
편지 짧게 쓰고 오늘 일 들어가야겠네요. ^^*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 씻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더군요.
MBC, 11:47
"술의 힘을 빌어"라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맞습니다.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술의 힘을 빌려'가 맞습니다.

MBC에서 자막이 엉터리라서 바로 KBS로 돌렸습니다.
거기서도 사람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더군요.

KBS, 11:57
'...하길 바랬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바랜 편지, 색이 바래다, 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하길 바랐다'가 맞습니다.

제 눈을 더는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11:58분에 텔레비전을 끄고
왼팔에는 딸내미를 눕히고, 오른팔에는 아들 녀석을 눕힌 채 잠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550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1054
2376 [2008/01/07] 우리말) 숨탄것 id: moneyplan 2008-01-07 4439
2375 [2007/11/19] 우리말) 보람 id: moneyplan 2007-11-19 4442
2374 [2014/02/04] 우리말) 말갈망 머니북 2014-02-04 4444
2373 [2009/06/12] 우리말) 처신과 채신 id: moneyplan 2009-06-12 4445
2372 [2009/04/15] 우리말) 수화와 손짓말 id: moneyplan 2009-04-15 4450
2371 [2015/09/25] 우리말) 추석과 한가위 머니북 2015-09-30 4450
2370 [2016/10/25] 우리말) 머드러기와 도사리 머니북 2016-11-01 4450
2369 [2010/11/17] 우리말) '경신'과 '갱신' moneybook 2010-11-17 4454
2368 [2016/09/30] 우리말) 가슴꽃 머니북 2016-11-01 4456
2367 [2014/05/29] 우리말) 연필깎기 머니북 2014-05-29 4462
2366 [2010/12/09] 우리말) 미친 존재감 moneybook 2010-12-09 4463
2365 [2011/01/11] 우리말) 늘과 늘상 moneybook 2011-01-11 4463
» [2014/11/28] 우리말) 엉터리 자막 머니북 2014-11-28 4462
2363 [2016/07/07] 우리말) 우리말편지를 보내는성제훈이가 농업... 머니북 2016-07-07 4463
2362 [2012/12/20] 우리말) 제국 머니북 2012-12-20 4464
2361 [2015/09/09] 우리말) 여탐과 예탐 머니북 2015-09-11 4467
2360 [2016/03/30] 우리말) 머와 뭐 머니북 2016-03-31 4468
2359 [2016/08/03] 우리말) 코스프레 머니북 2016-08-10 4468
2358 [2009/05/11] 우리말) 얼르다와 어르다 id: moneyplan 2009-05-11 4469
2357 [2010/06/07] 우리말) 엿먹다 moneybook 2010-06-07 4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