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2] 우리말) 치덕치덕

조회 수 3856 추천 수 0 2015.07.22 11:48:58

우리말에 치덕치덕이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축축하거나 끈적끈적한 것이 마구 여기저기 들러붙는 모양."을 뜻해
'푹푹 찌는 날씨에 흐르는 땀도 땀이지만 습기 찬 공기가 치덕치덕 몸을 휘감았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비가 오려는지 오늘도 후텁지근하네요.

우리말에 치덕치덕이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축축하거나 끈적끈적한 것이 마구 여기저기 들러붙는 모양."을 뜻해
'푹푹 찌는 날씨에 흐르는 땀도 땀이지만 습기 찬 공기가 치덕치덕 몸을 휘감았다.'처럼 씁니다.

오늘이 딱 그런 것 같습니다.
태풍 뒤끝이기도 하고, 또 다른 태풍이 온다고도 하고…….
그래서 축축하고 더운 공기가 치덕치덕 제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화내지 마시고, 감정 조절 잘 하시면서 지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부룩이 뭔지 아세요?]

"엄마, 집에 고추만 심고 콩은 심지 않았잖아요. 콩 어디서 났어요?"
"응, 그거 부룩박은거다."
"예? 부룩이요?"
그제 오후에 어머니와 누나가 나눈 이야기입니다.

실은 지난 토요일 오후에 어머니가 고향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매형 생신이라고 낙지 좀 사고, 콩떡을 좀 해 오셨습니다.
그 콩떡이 워낙 맛있어서 떡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부룩'이 뭔지 아세요?
부룩은
"작물을 심은 밭의 빈틈에 다른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듬성듬성 더 심는 일"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보리밭 두둑 사이에 팥이나 콩 같은 잡곡을 심는 것도 부룩이며,
콩밭 가장자리에 옥수수를 심어놓은 것도 부룩입니다.
땅이 부족한 시절에 손바닥만 한 빈 땅이라도 놀리지 않으려는 농민의 알뜰한 마음을 담은 낱말입니다.

이 '부룩'을 '사이짓기'나 '대우'라고도 합니다.

사이짓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한 농작물을 심은 이랑 사이에 다른 농작물을 심어 가꾸는 일
2. 어떤 농작물을 수확하고 다음 작물을 씨 뿌리기 전에 채소 따위를 심어 가꾸는 일
입니다.

농사 이야기 좀더 해 볼까요? ^^*

작물을 심어 기르고 거둔 자리나 그루터기를 '그루'라고 합니다.
한 그루, 두 그루처럼 식물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고,
한 해에 같은 땅에 농사짓는 횟수를 세는 단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그루'라고 하면,
"한 해에 그 땅에서 농사를 한 번 짓는 일"을 뜻합니다.

그럼 
같은 땅에서 1년에 종류가 다른 농작물을 두 번 심어 거두는 것이나,
그렇게 농사짓는 방식을 뜻하는 '이모작'은 '두그루'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그루갈이'라고 합니다.
원래 그루갈이는 그루터기를 뒤엎고자 땅을 가는 것을 말하는데 그루터기를 갈아엎어야 다음 곡식을 심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편지가 좀 길어지는데요. 한 김에 좀더 나갈게요.
홑그루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땅에 한 가지 작물만 심는 것을 뜻합니다.

'흰그루'라는 낱말도 있고 '검은그루'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흰그루는 
"지난겨울에 곡식을 심었던 땅."을 뜻하고,
'검은그루'는
"지난겨울에 아무 곡식도 심지 않았던 땅"을 뜻합니다.

흔히,
과일나무에 한해는 과일이 많이 열리고 다음해에는 많이 열리지 않을 때 '해거리'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그루를 탄다'라고 해도 됩니다.

오늘은 편지가 좀 길었죠?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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