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조회 수 4052 추천 수 0 2015.07.28 08:00:27

.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제 일터에 일이 좀 있어서 요즘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차분하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늦었지만... ^^*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억장이 무너지다]

어제 낸 문제는
너비에 견줘 길이가 짧은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것이었고,
답은 '누에머리손톱'입니다.
누에머리를 보면 정말 그렇게 생겼습니다. ^^*

어제는 오전에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부모님전상서'라는 코너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주시더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는 글도 있고, 중풍으로 쓰러져 계시는 부모님께 드리는 글도 있었습니다.
어찌 그리 가슴 아픈 이야기던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슬픔을 어디에 견줄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억장'이 뭘까요?

어떤 사람은 
억장을 臆腸, 가슴 억 자와 창자 장 자로 풀어 가슴이 무너진다로 푸는 분도 있고,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로 봐서 성의 높이가 억 장이 될 정도로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일을 뜻한다고 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에 보면,
억장을 億丈이라 풀고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는 풀이를 달았습니다.
그 밑에 '억장이 무너지다'는 관용구를 싣고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고 풀었습니다.

억장의 말뿌리(어원)가 가슴과 창자에서 왔건, 높은 성에서 왔건
억장이 무너지면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기 전에
살아 계실 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671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2118
1056 [2010/08/09]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moneybook 2010-08-09 5687
1055 [re] 아침에 드린 편지에 틀린 내용이 있습니다 moneybook 2010-08-08 3912
1054 [2010/08/06] 우리말) 알림창 moneybook 2010-08-06 4741
1053 [2010/08/05] 우리말) 물쿠다 moneybook 2010-08-05 3813
1052 [2010/08/04] 우리말) 비가 내리네요 moneybook 2010-08-04 3785
1051 [2010/08/03] 우리말) 미덥다와 구덥다 moneybook 2010-08-03 3537
1050 [2010/08/02] 우리말) 매기단하다 moneybook 2010-08-02 4357
1049 [2010/07/30] 우리말) 스리와 쓰리 moneybook 2010-07-30 3569
1048 [2010/07/29] 우리말) 뙤약볕 moneybook 2010-07-29 4072
1047 [2010/07/28] 우리말) 시르죽다 moneybook 2010-07-28 4219
1046 [2010/07/27]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7-27 5362
1045 [2010/07/2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7-26 3789
1044 [2010/07/23] 우리말) 워크샵과 워크숍 moneybook 2010-07-23 3731
1043 [2010/07/22] 우리말)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moneybook 2010-07-22 5333
1042 [2010/07/21] 우리말) 후더분한 날씨 moneybook 2010-07-21 5245
1041 [2010/07/20] 우리말) 금슬과 금실 moneybook 2010-07-20 3946
1040 [2010/07/19] 우리말)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moneybook 2010-07-19 4131
1039 [2010/07/16] 우리말) 날개짓과 날갯짓 moneybook 2010-07-19 3699
1038 [2010/07/15] 우리말) 본데와 본때 moneybook 2010-07-15 3407
1037 [2010/07/14] 우리말) 빠르면 오늘 소환? [1] moneybook 2010-07-14 5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