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4] 우리말) 그러거나 말거나

조회 수 2975 추천 수 0 2015.08.04 10:38:47

안녕하세요.

나흘 뒤면 입추입니다. 조금만 더 참읍시다. ^^*

저는 휴대전화에 뉴스속보가 오도록 만들어놨는데, 어제 오후에 그걸 지워버렸습니다.
어제 몇 분 간격으로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왔습니다.
신격호, 동주, 동빈 3부자, 롯데호텔서 전격 회동
신격호, 신동빈, 롯데호텔서 회동중... 신동주 동석여부는 미확인
신격호, 신동빈 롯데호텔 회동 종료
신동빈 "잘 다녀왔다"보고에 신격호 "어허..."대답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속보 받는 것을 지운 겁니다.

우리말 익은말에 '그러거나 말거나'가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라는 뜻입니다. 한 낱말이 아니므로 띄어 씁니다.

저는 롯데 재벌 가족이 싸우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분도 별 재미를 못 느낄 겁니다.

그런 뉴스를 방송에서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더운데...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보다 빠르게...]


어제 편지에 있는 '보다 빠른 주차...'를 보시고 댓글을 다신 분이 많으시네요.

오늘은 '보다'를 볼게요. ^^*


먼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어찌씨(부사)로 "어떤 수준에 비하여 한층 더"라는 뜻을 달고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 뛰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토씨(조사)로는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을 비교하는 경우, 비교의 대상이 되는 말에 붙어 '-에 비해서'의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라고 풀고

내가 너보다 크다, 그는 누구보다도 걸음이 빠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민중서림에서 나온 국어사전을 보면

어찌씨로는 "한층 더"라 풀고 보다 나은 생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토씨로는 체언 뒤에 붙어서 둘을 비교할 때 쓰는 부사격 조사라 풀고 작년보다 훨씬 춥다, 보기보다 어렵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 보면

'보다'를 토씨로만 풀었습니다.


이렇게 '보다'를 토씨로도 쓸 수 있고 부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빠른 주차'라고 써도 됩니다.

문법만 따지면 맞습니다.


문제는 어찌씨로 쓰는 쓰임이 우리말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보다'가 일본말 より와 영어 'more' 번역하면서 생긴 것으로 봅니다.

우리말 '보다'는 두 가지를 서로 견주는 데 쓰는 토씨이지 '더'를 뜻하는 어찌씨가 아니었는데 

일본말과 영어의 영향으로 어찌씨로도 쓰인다는 겁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인터넷 일본어 사전을 보니 より를 토씨로만 쓰고 있네요.


학교 다닐 때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를 배우셨죠? 올림픽 때마다 들었던 말이고 책에도 나왔습니다.

그 말은 라틴어로 'Citius, Altius, Fortius'이고 영어로는 'Swifter, Higher, Stronger'입니다. 

이를 누군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로 번역했습니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라고 번역하면 될 것을 '더'를 쓰지 않고 '보다'를 쓴 겁니다.

이런 잘못된 번역이 다른 사람들의 '말버릇'를 바꿔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보다'를 어찌씨로 쓰는 게 사전에 까지 올라있습니다.


'보다'를 어찌씨로 쓰는 게 바른가요?

어찌씨로 쓰는 게 우리말의 쓰임을 키웠다고 볼 수도 있나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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