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매지다'의 경우 '까'의 'ㅏ'를 뒤의 '매(ㅁ+ㅏ+ㅣ)'가 따라가 'ㅐ'가 되고, '꺼메지다'는 '꺼'의 'ㅓ'를 따라 'ㅔ'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죠?

저는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를 했습니다.
어차피 혼자서 하는 일이라 제가 시간 내서 틈틈이 하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벌초하는 게 버겁습니다.
같이 벌초할 아들을 더 만들든지, 봉안당을 만들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일을 하다 보니 얼굴이 벌겋게 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는 벌겋던 얼굴이 이제는 꺼매졌네요. ^^*

가맣다(밝고 엷게 검다), 거멓다(어둡고 엶게 검다), 까맣다(가맣다보다 센 느낌), 꺼멓다(거멓다보다 센 느낌) 모두 비슷한 뜻입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할 때
가매지다/가메지다, 거매지다/거메지다, 까매지다/까메지다, 꺼매지다/꺼메지다가 서로 헷갈린다는 겁니다. 어떤 게 바른지...

바른 표기는 모음조화 원칙에 따라 가매지다, 거메지다, 까매지다, 꺼메지다입니다.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입니다.
곧, ㅏ, ㅗ같은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ㅓ, ㅜ와 같은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일컫죠.

'까매지다'의 경우 '까'의 'ㅏ'를 뒤의 '매(ㅁ+ㅏ+ㅣ)'가 따라가 'ㅐ'가 되고, '꺼메지다'는 '꺼'의 'ㅓ'를 따라 'ㅔ'가 됩니다.

어제 벌초하면서 얼굴이 꺼메졌습니다
옆에 있는 동료도 얼굴이 까매진걸 보니, 그 친구도 지난 주말에 벌초하고 왔나 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웨하스와 웨이퍼]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집에서 저녁을 들면서 텔레비전을 봤는데, 여전히 제 눈을 피곤하게 만드네요.
6:56, KBS1, '우리 사는 세상'이라는 방송이었는데, 
출연자는 포크레인이라고 했는데, 자막은 굴삭기라고 나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굴삭기를 굴착기로 다듬었습니다.
포클레인은 회사의 상표 이름에서 왔지만 지금은 이름씨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곧이어 6:59, 같은 방송에서 '외가집'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친정은 '외갓집'이라 쓰고 [외:가찝]이나 [웨:갇찝]으로 읽습니다.

어제는 오후에 주전부리를 좀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주향 씨가 과자를 사 와서 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오늘은 과자 이야기나 해 볼게요.

먼저 영어 낱말 하나 보죠.
wafers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보면 가끔 전자회사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고 마스크 쓰고 금색의 둥그런 원판을 만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게 바로 웨이퍼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그 원판에 반도체 회로를 올리고 그걸 아주 잘게 잘라서 반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웨이퍼에는 "살짝 구운 얇은 과자"라는 뜻도 있습니다.
전자산업에서 반도체를 만들 때
마치 한 덩어리의 빵을 얇게 써는 것과 비슷해서 실리콘 원판을 그렇게 불렀는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 웨이퍼가 왜 웨하스가 되었냐는 겁니다.
이는 일본에서 wafers 를 ウェハ-ス[웨하즈]라 쓰기 때문입니다.
wafers를 일본에서 웨하즈라 쓴 것을 우리는 웨하스로 받아서 쓰는 겁니다.

'산도'라는 과자도 이런 경우입니다.
'sandwich'에서 앞부분인 'sand'만을 잘라 내 サンド라 쓰고 '산도'라 읽은 데서 온 겁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산도를 만드는 회사에서 과자 이름을 샌드로 바꾸려고 했으나
이름을 바꾸자마자 매출이 뚝 떨어져서 다시 산도로 쓴다고... 

우리가 흔히 먹는 과자에도 이런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답니다. 

주향 씨!
어제 과자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기대해도 되나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어머니 '친정'은 '외가'가 맞지만
'외갓집'도 표준어로 인정하여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가집'이 아니라 '처갓집'으로 '처가'와 함께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65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164
1276 [2007/05/30] 우리말)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id: moneyplan 2007-05-30 3671
1275 [2007/08/08] 우리말) '각각'은 '따로따로' id: moneyplan 2007-08-08 3671
1274 [2009/09/11] 우리말) 책 한 권 권해드립니다 id: moneyplan 2009-09-11 3671
1273 [2014/09/02] 우리말) 씽크홀 머니북 2014-09-02 3671
1272 [2011/05/24] 우리말) 갑시다 moneybook 2011-05-24 3672
1271 [2012/04/09] 우리말) 낼모레 머니북 2012-04-09 3672
1270 [2008/08/06] 우리말) 메밀꽃 id: moneyplan 2008-08-06 3673
1269 [2008/11/11] 우리말) 겹말 id: moneyplan 2008-11-11 3674
1268 [2011/06/10] 우리말) 단초와 실마리 머니북 2011-06-13 3675
1267 [2008/06/30]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8-06-30 3676
1266 [2013/05/15] 우리말) 스승의 날에 읽어보는 교수의 반성문 머니북 2013-05-15 3676
1265 [2015/04/06] 우리말) 여미다 머니북 2015-04-06 3676
1264 [2017/10/18] 우리말) 카카오톡 머니북 2017-11-06 3676
1263 [2010/12/17] 우리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답장 moneybook 2010-12-18 3677
1262 [2013/08/09] 우리말) 공골차다 머니북 2013-08-12 3677
1261 [2010/02/26] 우리말) 헝겁과 헝겊 id: moneyplan 2010-02-26 3678
1260 [2012/05/16] 우리말) 우리말 바로쓰기 머니북 2012-05-16 3678
1259 [2008/07/10] 우리말) 오시면 선물을 드립니다 ^^* id: moneyplan 2008-07-10 3679
1258 [2008/10/09] 우리말) 한글날 기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0-09 3679
1257 [2017/03/29] 우리말) 씨양이질 머니북 2017-03-30 3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