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한자가 많으니 그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우리말에 있는 한자를 아름답고 깨끗하며, 알기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방송에서 잘못 쓴 말 몇 개 알아보겠습니다.

어젯밤에 '미세스캅'을 보는데,
어떤 나쁜놈이 차로 경찰을 치고 날아났는데, 그걸 두고,
"그 덕분에 그 경찰은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그건 '덕분'이 아니라 '때문'이 바릅니다.
'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하고,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뜻합니다.

며칠 전에 철원에 있는 LP가스 저장소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가스를 모두 누출 시킨 뒤 조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누출'은 "액체나 기체 따위가 밖으로 새어 나옴. 또는 그렇게 함."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바라지 않았는데, 일이 잘못되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죠.
안에 있는 가스를 모두 밖으로 빼는 것은 '배출'(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냄)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이걸 두고 어떤 분은
그러니까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가스를 모두 배출시키고'라고 하지 않고 '안에 있는 가스를 모두 빼낸 뒤' 또는 '가스가 모두 빠져 나간 뒤'라고 쓰는 게 더 좋습니다.
한자가 없으니 오히려 알아듣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말에 한자가 많으니 그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우리말에 있는 한자를 아름답고 깨끗하며, 알기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쌈빡하다와 삼박하다]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오늘 하루만 쌈빡하게 일하면 내일부터 이틀은 좀 한가하게 보낼 수 있네요.
저는 내일 새벽에 평창에 놀러 갈 생각입니다.
평창 겨울 축제에 가면 애들과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해서 같이 가볼 생각입니다.

흔히,
뭔가 시원하게 끝내는 것을 두고 '삼빡하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쌈박하다'고 하고, 다른 분은 쌈빡하다고도 합니다.
삼박, 삼빡, 쌈박, 쌈빡... 이 가운데 어떤 게 맞을까요?

'삼박'은
작고 연한 물건이 잘 드는 칼에 쉽게 베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에서 왔습니다.
'싹둑'과 비슷한 뜻이죠.

'싹둑'은 '삭둑'의 센소리입니다.
그러나 싹뚝이나 삭뚝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삼박은 싹둑보다 쓰임이 많지는 않지만,
삼박, 쌈박, 삼빡, 쌈빡처럼 변화는 더 많습니다.
삼박, 쌈박, 삼빡, 쌈빡 모두 표준말입니다.

삼박보다 센 느낌이 삼빡이나, 쌈박이고,
그보다 더 센 느낌이 쌈빡입니다.

삼빡이나 쌈빡 느낌이 좀 오색하면,
시원하게나 산뜻하게, 깔끔하게로 바꾸서 쓰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오늘 일을 삼박하게 끝내고,
내일은 애들과 함께 쌈빡하게 놀다 오겠습니다.

다시,
저는 오늘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
내일은 산뜻한 기분으로 애들과 잘 놀다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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