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 우리말) 치르다/치루다

조회 수 4865 추천 수 0 2015.11.25 09:17:33

흔히 쓰는 '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입니다.
큰일을 치루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것이며,
영결식도 치루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에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이곳 전주는 지금 비가 내리는데 여기도 눈이 내리길 기대합니다. ^^*

어제 보낸 편지에서 제 실수가 있었습니다.
'빈소'를 설명하면서 "당을 당하여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곳"이라고 했는데,
'당을 당하여'가 아니라 '상을 당하여'입니다.

편지를 써 놓고 몇 번을 읽어봐도 그게 왜 안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오늘도 어제 이야기 이어보겠습니다.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내일 국가장으로 치릅니다.
격식과 품위를 갖춘 영결식을 치르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는 뜻으로, 잔금을 치러야 한다, 옷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처럼 쓰고,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으로, 시험을 치르다, 잔치를 치르다, 큰일을 치렀으니 몸살이 날만도 하지처럼 쓰며,
"아침, 점심 따위를 먹다."는 뜻으로는, 아침을 치르고 대문을 나서던 참이었다처럼 씁니다.

흔히 쓰는 '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입니다.
큰일을 치루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것이며,
영결식도 치루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것입니다.

아마도, '치루다'는 의사선생님들만 쓸 수 있는 말일 겁니다.
치질 환자를 보는 의사선생님이 "어, 이거 치핵이 아니라 치루다."라고 하실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헛으로와 허투루]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일터에 나와서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창밖으로만 꽃을 봤습니다.^^*

어제 아침 8:52, 
MBC에서 예전에 방송한 연속극을 다시 보여주면서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마라'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오늘은 '헛으로'를 좀 짚어볼게요.
'헛'은 일부 이름씨 앞에 붙어 '보람 없이'나 '잘못'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따라서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말라고 하면 
삶을 보람 없이, 또는 함부로 살지 마라는 뜻이 될 겁니다.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마라'는 자막을 딱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그때 쓰는 말은 '헛으로'가 아니라 '허투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허투루'는 어찌씨(부사)로
"아무렇게나 되는대로"라는 뜻이 있습니다.
허투루 말하다, 허투루 쓰다,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허투루할 수가 없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마라'라고 하는 게 말이 되고,
그 뜻은
삶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허투루'...
뜻을 별로지만
멋진 우리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359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9087
356 [2007/01/28] 우리말) 떨거지/결찌 id: moneyplan 2007-01-29 4958
355 [2015/03/09] 우리말) 봉오리와 봉우리 머니북 2015-03-09 4958
354 [2016/06/16] 우리말) 엽다/가엾다 머니북 2016-06-17 4959
353 [2010/07/13] 우리말) 족집게 moneybook 2010-07-13 4960
352 [2009/01/12]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1-12 4961
351 [2009/06/10] 우리말) 불임과 난임 id: moneyplan 2009-06-10 4961
350 [2013/02/14] 우리말) 자잘못과 잘잘못 머니북 2013-02-14 4964
349 [2014/07/21] 우리말) 누가 '전기세'를 걷나? 머니북 2014-07-21 4965
348 [2006/09/30] 우리말) 웜 비즈? 쿨 비즈? id: moneyplan 2006-09-30 4967
347 [2014/08/18] 우리말) 우리 머니북 2014-08-19 4967
346 [2006/11/12] 우리말)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죠? id: moneyplan 2006-11-13 4968
345 [2014/05/19] 우리말)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2) 머니북 2014-05-19 4968
344 [2014/05/20] 우리말) 갈아탈까? 바꿔 탈까? 머니북 2014-05-20 4972
343 [2007/03/17] 우리말) 건배:건배, 이끔소리, 함께소리 id: moneyplan 2007-03-19 4973
342 [2008/07/25] 우리말) 멋쩍다와 맛적다 id: moneyplan 2008-07-25 4976
341 [2015/11/24] 우리말) 빈소와 분향소 머니북 2015-11-25 4977
340 [2014/11/05] 우리말) 드레스 코드 머니북 2014-11-06 4979
339 [2015/12/08] 우리말) 금도 머니북 2015-12-08 4979
338 [2016/06/02] 우리말) 닻별? 머니북 2016-06-02 4984
337 [2006/11/07] 우리말) 날씨가 꽤 춥네요. 그렇다고 너무 웅숭그리지 마세요 id: moneyplan 2006-11-07 4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