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7] 우리말) 억장

조회 수 2947 추천 수 0 2016.05.18 11:49:2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억장'을 찾아보면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고 풀어놓고
관용구로 '억장이 무너지다.'를 보기로 들어놨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맑고 좋네요.
오늘 아침도 마땅히 애들과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들이 먼저 초등학교로 들어가고, 저는 셋째와 함께 어린이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공원을 지나오면서 잠시 간지럼나무를 간지럼 태우는 해찰도 부려보고,
민들레 꽃씨도 불어보는 등 놀면서 일터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재밌게 출근할 수 있는데,
비가 오면 그런 재미를 못 봅니다.
그래서 저는 비가 오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  뻥이 좀 심했나요? ^^*

오늘은 억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에 쓴 장(丈)은 길이 단위로 얼추 열 자에 해당하는 3미터 정도 됩니다.
억은 천, 만, 억할 때의 억입니다.
그래서 억장을 있는 그대로 풀면, 3억 미터입니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길이가 대략 40,000km이니, 3억미터는 지구를 7.5바퀴 도는 길이네요. 
뭔가를 억장이나 쌓아놨는데, 순식간에 무너지면 얼마나 아프고 괴롭겠어요. 그게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겠죠.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억장'을 찾아보면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고 풀어놓고
관용구로 '억장이 무너지다.'를 보기로 들어놨습니다.

다음 사전에는 ①썩 높음, ②또는 썩 높은 길이만 있고,
네이버 사전에는 ①썩 높은 것, ②또는, 그 길이, ③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등으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상태가 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루 애와 함께 자전거를 못 탄다고 해서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지는 않습니다.
오늘 못 타면 내일 타면 되고, 내일도 못 타면 모레 자전거를 타면 되니까요.
그러나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기에
요즘처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 비가 오면 서운하기는 합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내숭]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오자마자 제 속을 뒤집는 사람이 있네요.
제가 잘못된 건지 그 사람이 잘못된 건지...쩝...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내숭을 떠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내숭을 잘 못 떨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그런 사람이 싫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대로만 돌려받으면 될 것을 뭐 그리 숨기고 감출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숭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수육이 숙육(熟肉)에서 왔고, 배웅이 배행(陪行)에서 왔듯이
이 내숭 또한 내흉(內凶)에서 온 말입니다.
힘줄이 심줄이 되듯이, 내흉의 ㅎ이 ㅅ으로 바뀌어 내숭이 된 거죠.
한자 뜻 그대로만 본다면 내흉이 변한 내숭은 속마음이 더럽다는 뜻일 겁니다.

내숭은 이름씨(명사)로 쓰일 때는 내숭을 떨다, 내숭을 피우다처럼 쓰이지만,
그림씨(형용사)로도 씁니다.
"겉으로는 순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하다."는 뜻으로
할아버지는 사람이 좀 내숭합니다처럼 씁니다.

내숭을 예쁘게 피운다는 것도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숭이라는 낱말 자체가 별로 맘에는 안 듭니다.

겉과 속이 같고, 말고 행동이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저부터 그런 사람인지를 반성하면서 
모든 사람을 진실로 대하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대하며 살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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