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8] 우리말) 어색한 표준말들

조회 수 3079 추천 수 0 2016.11.01 2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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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어색한 표준말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는 어법에 맞지는 않지만 표준말로 고쳐 말하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말들이 더러 있다. “햇볕에 검게 그을은 피부”라고 하는데, 이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검게 그을은’이 아니라 ‘검게 그은’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그을다’에 ‘-은’이 붙으면 ‘그을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경우에는 ‘ㄹ’ 소리가 탈락된다. 그래서 ‘낯설은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고, ‘길다’에 ‘-은’을 붙이면 ‘길은’이 아니라 ‘긴’이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검게 그은 피부’는 왠지 어색하게 들린다.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래.”라는 말도 사실은 어법에 어긋난다. 바로잡으면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라.” 하고 말해야 어법에 맞다. ‘바라다’는 말을 ‘바래다’로 흔히 쓰고 있는데, ‘바래다’는 ‘빛깔이 변하다’ 또는 ‘누구를 배웅하다’는 뜻일 때에만 쓰는 말이다.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주길 바랬어.”라는 말도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주길 바랐어.”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늦지 않길 바래.”를 “늦지 않길 바라.” 하고 어법에 맞게 쓰기란 참 어색한 일이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드립니다.”는 표현도 올바르지 않다. 지난날에는 ‘빌다’는 ‘내가 남에게서 빌어오다’의 뜻으로 쓰고, ‘빌리다’는 ‘내가 남에게 빌려주다’로 구별해 써 왔다. 그러나 1988년 고시된 문교부 ‘표준어 규정’ 이후에는 그 구분을 없애고 자주 쓰는 ‘빌리다’로 합쳤다. 이제는 (어색하더라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한다. ‘빌다’는 ‘소원을 빌다’나 ‘구걸하다’는 뜻으로만 쓰는 말이 되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가르치다]


안녕하세요.

아침 회의 때문에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

우리말에 가르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낱말을 모르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실 겁니다.

이 '가르치다'가 실은 제 일터에서 나왔습니다. ^^*
'가르치다'는 농업에서 온 낱말입니다.
'가르치다'는 '갈다'와 '치다'를 합친 낱말로
밭을 갈거나, 돌을 갈거나, 가축을 치듯 정성껏 자식이나 학생을 키우는 일이 바로 '가르치다'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가르치는 교육이란 
사람 마음속에 있는 밭을 잘 갈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죠.

아시는 것처럼
농사는
때맞추어 땅을 파고 부드럽게 흙을 갈거나 고르고, 거기에 씨앗을 뿌리고, 움이 트면 북을 돋우고, 거름을 주고 김도 매어 주고...
이런 모든 일이 가르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이런 정성이 필요한 작업은
집안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자식농사라고 했나 봅니다.

영어로 농사는 agri-culture입니다.
여기서 culture는 경작의 뜻도 있지만, 교양, 문화라는 뜻도 있습니다.
곧, 밭을 가는 것이 곧 세상사 삶의 방식이고, 그것이 곧 인류의 문화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농업을 다루는 제 일에 저는 크나큰 자부심을 품고 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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