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4] 우리말) 개좋다?

조회 수 5317 추천 수 0 2016.11.15 10:33:58

'개'가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개싫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좋다'는 말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요즘 이상한 말을 자주 씁니다.

어제 저녁에 집에서 함께 놀던 애 친구를 딸내미와 같이 친구 집에 데려다줬습니다.
차를 운전하면서 뒤에서 둘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가관이더군요.
집에서는 늘 존댓말을 하던 아이가, 어른들에게 반말을 하고(엄마 집에 왔어.)
"헐, 개좋아"라는 알아듣지도 못할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우리말에서 '개'는 앞가지(접두사)로 쓸 때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이라는 뜻으로 개금, 개꿀, 개떡, 개먹, 개살구, 개철쭉처럼 씁니다.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이라는 뜻으로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처럼 씁니다.
3.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으로 개망나니, 개잡놈처럼 씁니다.

'개좋다'는 아마도 '무척 좋다'는 뜻인 것 같은데,
'개'가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개싫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좋다'는 말이 안 됩니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우리말을 망치고 있습니다.
이런 개수작때문에 아름다운 우리말이 개망나니나 쓰는 개떡같은 말이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됩니다.
(억지로 풀이를 달다 보니 말이 좀 심했네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겁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산토끼의 반대말]


안녕하세요.

오늘은 실없는 소리로 시작할게요.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
끼토산도 될 수 있고,
죽은 토끼,
바다 토끼,
알카리 토끼도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

저는 오늘부터 여름 휴가를 갑니다.
남들은 다 다녀온 휴가를 이제야 갑니다.

산토끼의 반대말이
끼토산이나 바다 토끼, 죽은 토끼, 알카리 토끼 등이 될 수 있듯이,
세상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이 다르듯 삶이 다른 사람도 많겠죠. ^^*

오늘은 나와 다른 사람,
틀린 게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우리말 편지를 못 보내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947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4943
1956 [2011/07/22] 우리말) 표정 머니북 2011-07-22 4911
1955 [2009/06/02] 우리말) 죽음과 서거 id: moneyplan 2009-06-02 4910
1954 [2008/09/17] 우리말) 데코레이션과 장식 id: moneyplan 2008-09-17 4909
1953 [2007/05/07] 우리말) 깜빡과 깜박 id: moneyplan 2007-05-07 4909
1952 [2007/02/02] 우리말) 터줏대감 id: moneyplan 2007-02-05 4909
1951 [2007/01/09] 우리말) 눈 덮인 산 id: moneyplan 2007-01-09 4909
1950 [2017/07/12] 우리말) 오늘 자, 오늘 치 머니북 2017-07-13 4907
1949 [2016/02/16] 우리말) 덕분/때문 머니북 2016-02-16 4906
1948 [2013/10/14] 우리말) 얻다 대고... 머니북 2013-10-14 4905
1947 [2012/02/14] 우리말) 최선을 다하다 머니북 2012-02-14 4903
1946 [2010/05/27] 우리말) 성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름을... id: moneyplan 2010-05-27 4902
1945 [2007/10/29] 우리말) 비거스렁이 id: moneyplan 2007-10-29 4902
1944 [2007/12/10] 우리말) 나침판과 나침반 id: moneyplan 2007-12-10 4901
1943 [2012/07/27] 우리말) 화이팅/파이팅 머니북 2012-07-27 4897
1942 [2008/01/04] 우리말) 해포이웃 id: moneyplan 2008-01-04 4896
1941 [2011/10/25] 우리말) 맨송맨송과 맹숭맹숭 머니북 2011-10-25 4895
1940 [2012/06/18] 우리말) 미어지다와 메어지다 머니북 2012-06-18 4894
1939 [2007/05/02] 우리말) 양반다리와 책상다리 id: moneyplan 2007-05-02 4892
1938 [2017/02/02] 우리말) 오지/깊은 산골 머니북 2017-02-03 4891
1937 [2013/02/06] 우리말) 시가와 싯가 머니북 2013-02-06 4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