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31] 우리말) 멀찌가니/멀찌거니

조회 수 4680 추천 수 0 2017.05.31 13:36:25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덜 덥네요.

요즘 셋째와 자전거 타고 일터에 나오는 재미가 쏠솔합니다. ^^*
오늘 아침에 애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는데, '풀뽑기 및 예초 작업중입니다'는 펼침막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문장으로 바꿔보려고요. ^^*)
사진을 찍고 보니 꼬맹이는 벌써 멀찌가니 가 있더군요.

'멀찌가니/멀찌거니'
"사이가 꽤 떨어지게"라는 뜻으로 쓸 때는 '멀찌거니'가 아니라 '멀찌가니'가 바릅니다. '멀찌감치'와 동의어 입니다.

비록 멀찌감치 앞서가는 딸따니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애와 자전거타고 일터에 나오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랑과 두둑]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저는 요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회사일을 혼자 다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이렇게 한다고 우리나라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이렇게 만날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설쇠러 올라오신 어머니의 첫 말씀이 "왜 이리 핼쑥해졌냐?"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고랑도 이랑 될 날이 있겠죠?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데, 제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죠? ^^*

곧 설입니다.
고향을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농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땅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잘 빠지고, 식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땅을 파서 두둑하게 쌓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좀 파인 곳이 있게 됩니다.
그런 일을 간다고 합니다. 논을 갈다, 밭을 갈다할 때의 갈다가 그 뜻입니다.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으로 이 고랑이 바뀌어 '골'이 되었습니다.
그 골이 산에 있으면 산골이 되는 것이죠. 산골짜기의 그 산골... ^^*

두둑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입니다.

그리고
이랑은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두렁은 좀 다릅니다.
고랑이나 두둑, 그리고 이랑은 논이나 밭 안에 있지만,
두렁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가리킵니다.
논두렁, 밭두렁할 때 그 두렁인데, 이게 논이나 밭 안에 있으면 이상하겠죠? ^^*

그 두렁은 곡식을 심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은 그 땅마저 아까워 그 두렁에도 콩이나 팥, 옥수수 따위를 심었습니다.
그게 바로  '두렁콩'입니다.

설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고향 생각나는 낱말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거웃'이라는 낱말입니다.
거웃은
한 방향으로 한 번, 죽 쟁기질하여 젖힌 흙 한 줄을 뜻합니다.
흔히,
양방향으로 한 번씩 쟁기질하여 두 번 모으거나 
양방향으로 두 번씩 쟁기질하여 네 번 모아서 한 두둑을 짓죠.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이러다 고향 가는길 힘들어지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935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4824
1956 [2013/10/14] 우리말) 얻다 대고... 머니북 2013-10-14 4895
1955 [2009/06/02] 우리말) 죽음과 서거 id: moneyplan 2009-06-02 4895
1954 [2011/08/24] 우리말) 잘코사니 머니북 2011-08-24 4894
1953 [2007/07/03] 우리말) 갑절과 곱절 id: moneyplan 2007-07-03 4892
1952 [2013/07/25] 우리말) 3.0 읽기 머니북 2013-07-25 4891
1951 [2007/02/02] 우리말) 터줏대감 id: moneyplan 2007-02-05 4891
1950 [2007/12/10] 우리말) 나침판과 나침반 id: moneyplan 2007-12-10 4890
1949 [2013/03/12]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 머니북 2013-03-12 4889
1948 [2012/02/14] 우리말) 최선을 다하다 머니북 2012-02-14 4887
1947 [2007/10/29] 우리말) 비거스렁이 id: moneyplan 2007-10-29 4887
1946 [2017/04/19] 우리말) 젬뱅이와 손방 머니북 2017-04-21 4886
1945 [2012/07/27] 우리말) 화이팅/파이팅 머니북 2012-07-27 4886
1944 [2011/10/25] 우리말) 맨송맨송과 맹숭맹숭 머니북 2011-10-25 4886
1943 [2008/01/04] 우리말) 해포이웃 id: moneyplan 2008-01-04 4885
1942 [2007/05/02] 우리말) 양반다리와 책상다리 id: moneyplan 2007-05-02 4880
1941 [2016/02/16] 우리말) 덕분/때문 머니북 2016-02-16 4878
1940 [2013/02/06] 우리말) 시가와 싯가 머니북 2013-02-06 4877
1939 [2007/04/09] 우리말) 소고기와 쇠고기 id: moneyplan 2007-04-09 4877
1938 [2017/02/02] 우리말) 오지/깊은 산골 머니북 2017-02-03 4873
1937 [2014/05/26] 우리말) '바' 띄어쓰기 머니북 2014-05-26 4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