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8] 우리말) 주말에 본 자막 몇 개

조회 수 5771 추천 수 100 2009.09.28 08:39:23
지난 토요일 저녁 7:39, SBS 스타킹에서 나온 말과 자막입니다.
김지선 씨를 두고 출연자는 "홀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으나 자막에는 '홑몸이 아니다'이라고 제대로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을비가 오네요.
비거스렁이할 것 같으니 옷 잘 챙겨입으시기 바랍니다.
(비거스렁이 :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지난 토요일 저녁 7:39, SBS 스타킹에서 나온 말과 자막입니다.
김지선 씨를 두고 출연자는 "홀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으나 자막에는 '홑몸이 아니다'이라고 제대로 나왔습니다.
(홀몸 :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 홑몸 :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
다만, 애를 배서 배가 부른 김지선 씨를 두고 '임산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임산부는 애를 밴 임부와 애를 낳은 산부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므로,
지금 애를 밴 사람을 두고는 임신부라고 해야 바릅니다.

일요일 아침 7:27, KBS뉴스에서도 틀린 말과 자막이 나왔습니다.
희귀 고산식물이 죽어간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희귀 고산식물 서식지'라고 했고, '대체 서식지'를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식은 "동물이 깃들여 삶"이라는 뜻이므로 식물에는 쓸 수 없습니다.
식물에는 자생지나 재배지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파래/퍼레, 파랑색/파란색]

어제 책을 걸고 문제를 냈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시네요.
앞으로도 가끔 이런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들판을 보면 벌써 푸른 기운이 돌죠?
커다란 자연 앞에 혼자 서 있는 제 모습이 그려지고,
이런 것을 생각하면 자연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파란 들판......
들판 색이 '파란색'일까요, '파랑색'이까요?
파래진 들판과 퍼레진 들판에서
'퍼레진'이 맞을까요, '퍼래진'이 맞을까요?

먼저,
파란색과 파랑색은
파란색이 맞습니다.
'파랑'이 색을 표현하는 낱말인데 여기에 또 '-색'을 붙이면 안 됩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이 맞습니다.

우리 국어 맞춤법에 모음조화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을 말합니다.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죠.
깎아, 숨어, 알록달록, 얼룩덜룩, 글썽글썽, 졸졸, 줄줄 따위가 그런 보기입니다.

이에 따라,
파랗다에서 온 파래지다를 '퍼레지다'로 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노래/누레, 까매/꺼메, 빨개/뻘게로 쓰셔야 합니다.
노래진 호박이나 누레진 호박이라고 써야 하는 거죠.

별로 맘에는 안 들지만,
맞춤법 규정이 그렇습니다.
조화를 이루고자 만든 맞춤법이라는 데 영 맘에 안 듭니다. ^^*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574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1293
1216 [2017/01/26] 우리말) 두꺼운 옷, 두터운 정 머니북 2017-01-27 5943
1215 [2012/06/22] 우리말) 암호같은 복지 용어 머니북 2012-06-22 5944
1214 [2011/08/09] 우리말) 흙주접 머니북 2011-08-09 5945
1213 [2013/03/28] 우리말) 늙수그레 머니북 2013-03-28 5945
1212 [2014/04/02] 우리말) 다좆치다 머니북 2014-04-02 5945
1211 [2011/04/06] 우리말) 자글거리다 moneybook 2011-04-06 5947
1210 [2010/01/07] 우리말) 강추위 id: moneyplan 2010-01-07 5949
1209 [2013/09/26] 우리말) 윈도우와 윈도 머니북 2013-09-26 5949
1208 [2007/07/27] 우리말) 싱글맘 id: moneyplan 2007-07-31 5950
1207 [2007/11/30] 우리말) 반거들충이 id: moneyplan 2007-11-30 5951
1206 [2009/12/02] 우리말) 단출과 단촐 id: moneyplan 2009-12-02 5951
1205 [2016/12/20] 우리말) 뚝배기와 곱빼기 머니북 2016-12-21 5951
1204 [2008/04/25] 우리말) 가르치다의 말뿌리 id: moneyplan 2008-04-27 5952
1203 [2014/02/05] 우리말) 오뎅과 돈가스 머니북 2014-02-05 5953
1202 [2012/09/05] 우리말) 돈 이야기 머니북 2012-09-05 5953
1201 [2009/12/16] 우리말) 개사료와 개밥 id: moneyplan 2009-12-16 5954
1200 [2007/09/20] 우리말) 추석과 중추절 id: moneyplan 2007-09-21 5956
1199 [2008/11/01] 우리말)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 id: moneyplan 2008-11-03 5956
1198 [2012/11/01] 우리말) 직장내에서 '언니' 호칭 머니북 2012-11-01 5956
1197 [2011/06/02] 우리말) 하루이틀 moneybook 2011-06-02 5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