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8] 우리말) '당분간'이 아니라 '얼마 동안'

조회 수 17061 추천 수 108 2006.08.18 09:20:19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주셔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저는 그분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회초리 맞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도 마찬가집니다.
고맙습니다.

'순화'라는 말부터 순화해야겠습니다.
'순화'는 한자를 섞어 글을 쓰던 때 쓰던 낱말이 아니던가요?
한글만으로 글을 쓰는 지금, 아직도 이런 말이 버젓이 돌아다니다니...
'순화'는 "'순'하게 하다"는 말이고, '순'은 '순수하다'는 말이니,
'순화'는 "순수하게 하다"는 말이 되지요. 그런데 '순'을 많은 사람이 모릅니다.
토박이말이 아니라 한자말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국어 순화' 관련 글을 보면, 반드시 '국어를 다듬는 일'이라고 따로 설명을 넣습니다.
이 얼마나 배꼽 잡고 웃을 짓입니까?
'순화'를 '다듬기'로 '순화'하지 않고 아직도 쓰는 국립국어원이니, '연루'를 다듬는답시고 '관련'이라는 한자말을 내보이는 짓을 하는 게지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그들도 자신들이 다듬은 말을 쓰지 않는다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자말이 얼마나 많은지... 토박이말로 할 수 있는데도 굳이 한자말로 쓰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먼저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많이 배운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예사로 하지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배운 사람이 알고 있는 낱말을 모든 사람이 알기를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혹시 못 배운 사람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설마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그들이 쓴 글을 보면 자꾸 의심이 듭니다. 그들은 많이 배운 사람에게는 다듬지 않은, 어려운 말을 그냥 씁니다. 제가 보기엔 제가 보기엔 많이 배운 사람에게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잘못된 것을 많이 배워 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많이 배운 사람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못 배운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까?
못 배운 사람들은 '순화'니 뭐니 하는 거 몰라도 됩니다. 배운 사람에게 다시 잘 가르치면 저절로 못 배운 사람도 잘 쓰게 마련이지요. 배운 사람이 방송, 신문, 책에서 잘 쓰면,
못 배운 사람은 그걸 보고 따라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국립국어원이 정말로 싸워야 할 상대는 방송, 신문, 책을 주무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못 배운 사람이 조금 잘못 쓰는 말을
트집잡는 일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럴 시간과 열정과 힘이 있다면, 배운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을 가르치? ? 그들과 싸워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람들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말이 또 길어졌습니다. 님도 배운 사람이기에 이렇게 님께 말하는 것입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치 우리말편지 시작합니다. ^^*

얼마 전에 드린 편지에서,
일본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깐죽거리는 게 보기 싫어,
예전보다 더 자주 일본어투 말을 주로 소개드리기로 했죠?

그제치 우리말편지에 보면,
"어제 약속한 대로 얼마 동안 일본어투 말을 주로 소개드릴게요."라는 월이 있습니다.
"어제 약속한 대로 당분간 일본어투 말을 주로 소개드릴게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은,
'당분간'은 일본말 當分間(とうぶんのあいだ, [도우분노아이다])에서 온 말이거든요.
국립국어원에서 진작 '얼마 동안'으로 다듬었습니다.
http://www.korean.go.kr/uw/dispatcher/bbs/search/dictionary/dic_sear_detail.appl?att1=%EB%8B%B9%EB%B6%84%EA%B0%84&count=0&pcount=0&attr_oid=@40657|3|4&old_in=0

우리 입에 익어있는 '당분간',
입을 틀어막아서라도 하루빨리 지우고 싶습니다.

이렇게 일본말을 우리가 입에 달고 사니,
일본 사람들이 우릴 깔보고 저렇게 깐족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나도 모르게 '당분간'을 내 뱉는 제 입,
그 입은 입이 아니라 주X이입니다. ^^*

오늘은 좀 시원하겠죠? ^^*

우리말123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딸내미 방구]

어젯밤에 곡차를 좀 열심히 마셨더니...
작취미성(昨醉未醒)이네요. ^^*

오늘 아침에 밥을 먹는데,
딸내미가 옆에서 ‘뿌웅~~~’하는 소리를 내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방!구!”라고 또박또박 말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요즘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거든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잘 가르쳐야 하는데...

오늘은 ‘방구’에 대한 겁니다.

‘음식물이 배 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어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는
‘방구’가 아니라 ‘방귀’입니다.

방구는 강원, 경기, 경남, 전남, 충청지방에서 쓰는 사투립니다.
그런데도 방송이건 일반사람들 대화에서건
‘방귀’보다는 ‘방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씁니다.
심지어는 어떤 소설책에도 ‘방구’라고 써져 있더군요.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으면,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냄새’라고 하는데,
이 단어를 ‘내음’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향 냄새’보다는 ‘고향 내음’이 왠지 더 정감 있잖아요.
그러나 ‘내음’은 경상도 지방에서 쓰는 사투립니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은 ‘냄새’지 ‘내음’이 아닙니다. ^^*

끝으로 하나만 더 ^^*
“새나 곤충의 몸 양쪽에 붙어서 날아다니는 데 쓰는 기관”은 ‘날개’지,
‘나래’가 아닙니다.
‘나래’는 강원도 지방에서 쓰는 사투립니다.

‘방구’가 ‘방귀’보다 더 정감 있고,
‘내음’이 ‘냄새’보다 더 어울리며,
‘나래’가 ‘날개’보다 더 잘 날 것 같아도,
표준말은 ‘방귀’, ‘냄새’, ‘날개’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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