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31] 우리말) 시월의 마지막 밤

조회 수 5964 추천 수 88 2006.11.01 09:55:43
안녕하세요.

오늘이 10월 31일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죠.
이 말을 들으니 오늘 밤에도 기어코 노래방에 가서 그 노래 한번 불러보고 싶으시죠?

앞에서처럼 '십월'이 아니라 '시월'로 쓰시는 것은 다 아시죠?
근데 왜 그렇게 써야죠?

한글맞춤법 제6장 제52항에 보면,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속음은 흔히 쓰는 음으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이런 때는 익은 소리를 표준어로 삼은 거죠.
이 기준에 따라 한자 발음과 우리말 표기가 다른 낱말이 생긴 겁니다.

사실 한자는 하나하나가 어휘 형태소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본음 형태와 속음 형태는 같은 형태소의 다른 모양입니다.
좀 어려우니까 그냥 넘어가죠. 더 들어가면 저도 모릅니다. ^^*

어쨌든,
이런 규정에 따라 '십월'은 '시월'이라고 쓰는 게 맞고
'육월'은 '유월'로 쓰는 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육월'도 '오뉴월'이 맞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방에 가셔서 노래 부르지 마시고,
장미나 한 송이 사서 일찍 집에 들어가시는 것은 어때요?

우리말123


보태기)
속음(俗音) :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반 사회에서 쓰는 음.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비켜가다/비껴가다]

어제는 우리말 편지를 못 받으셨죠?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를 했는데,
혼자서 열네 봉을 한꺼번에 하고 났더니 몸살이 났습니다.
조상님 덕분(?)에 어제는 휴가를 내고 집에서 좀 쉬었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니,
미국 어느 지방에 커다란 태풍이 지나가면서 피해가 컸다고 하더군요.
이제 곧 우리나라도 태풍이 올 것 같은데,
큰 피해가 없기를 빕니다.

커다란 자연의 일이라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으면 좋은데...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은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의 차이입니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 가다’가 맞을까요,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가다’가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다만 뜻이 조금 다르죠.

‘비끼다’는
“비스듬히 놓이거나 늘어지다.”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잠깐 드러나다.”
“비스듬히 놓거나 차거나 하다.” 라는 뜻입니다.

‘비키다’는,
“무엇을 피하여 있던 곳에서 한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다.”,
“방해가 되는 것을 한쪽으로 조금 옮겨 놓다.”,
“무엇을 피하여 방향을 조금 바꾸다.”라는 뜻으로
길에서 놀던 아이가 자동차 소리에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켰다.
통로에 놓였던 쌀독을 옆으로 비켜 놓았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태풍이 우리나라 옆으로 잠깐 비스듬히 스쳐 지나간 경우에는 ‘비껴가다’이고,
태풍이 우리나라를 피해서 방향을 조금 바꾸어(자리를 조금 옮겨) 지나간 경우에는 ‘비켜 가다’입니다.

우리나라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했던 태풍이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를 피해 방향을 바꾸어 지나간 경우라면 ‘비켜 가다’를,
태풍이 잠깐 옆으로 스친 듯 지나간 경우라면 ‘비껴가다’를 쓰면 됩니다.

혹시 시험에서
‘비켜가다’가 맞는지 ‘비껴가다’가 맞는지를 묻는다면,
‘비껴가다’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사전에 ‘비껴가다’는 낱말은 있어도,
‘비켜가다’는 낱말은 없거든요.
그래서 앞에서 ‘비켜 가다’라고 띄어서 쓴 겁니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흐리네요.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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