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1] 우리말) 첫과 처음

조회 수 6050 추천 수 115 2006.11.21 01:24:06
안녕하세요.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땄군요.
한국 선수가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저도 덩달아 축하하면서,
'처음'과 '첫'을 좀 갈라볼게요.

'첫'은
"맨 처음의" 라는 뜻의 관형사로 뒤에 오는 명사와 띄어 써야 합니다.
첫 경험/첫 시험/첫 월급/첫 사건처럼 띄어 쓰죠.
첫 삽을 뜨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가끔은 첫이 접두사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한 단어로 봐서 붙여씁니다.
첫걸음, 첫나들이, 첫날, 첫날밤, 첫눈, 첫돌, 첫딸, 첫마디, 첫머리, 첫사랑, 첫새벽, 첫서리, 첫술, 첫인사, 첫인상, 첫차 따위입니다. 당연히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습니다.

'처음'은 명사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뜻합니다.
곧,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처음과 나중/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처음이라서 일이 서툴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처럼 씁니다.

명사니까 앞 말과 띄어 씁니다.

다시 앞으로 가 보면,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에서 맨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으므로 '첫 금메달'이 맞고,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으므로,
그런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 맞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피겨사상 처음으로 첫 금메달을 딴 것을 거듭 축하합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축복]

탤런트 심은하 씨가 결혼한다고 하네요.
저야 뭐 이미 결혼한 사람으로서 연예인이 결혼하건 말건 별 상관없지만,
예쁜 연예인 바라보고 있다 헛물켠 사람도 좀 있겠군요.

심은하 씨가 결혼을 발표하면서,
팬들에게도 한 마디 남겼습니다.
“언제나 반듯하고 성실하게 사랑과 믿음을 지켜가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진심으로 저희들 축복해주시고 사랑으로 지켜봐 주세요.”

글 내용도 참 좋고 맞춤법도 잘 맞네요.
아무쪼록 그 약속을 꼭 지켜 아름다운 가정 꾸리시길 빕니다.

위에서,
‘저희들 축복해주시고’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이는 ‘축복’을 제대로 쓴 겁니다.

축복(祝福)은,  
복을 빈다는 뜻입니다.
빌 축 자, 복 복 자이잖아요.
저희가 결혼해서 잘 살도록 빌어달라는 의미겠죠.

그러나 흔히 쓰는,
“축복받으세요.”라는 말은 말이 안 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축복은 복을 빈다는 뜻인데,
‘복(복 복)을 비는(빌 축) 것’을 어떻게 받아요?
그냥 “복 받으세요”하면 됩니다.

심은하 씨가 팬들에게 남긴 글 중,
굳이 맞춤법에 어색한 부분을 찾자면,
‘저희들 축복해주시고’라는 문구에서,
‘저희’가 복수이므로 굳이 ‘저희들’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저희를 축복해주시고’하면 됩니다.

아무쪼록 심은하 씨가,
동료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동료들’이 아닌 이유도 위와 같습니다. )
행복한 가정 꾸려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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