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답을 맞히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은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 KBS2 1대100에서 최초의 우주여행객이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나왔고 답이 '개'였습니다.

객(客)은 이름씨(명사)로는 찾아온 사람, 집을 떠나 여행길을 가는 사람을 뜻하고,
뒷가지(접미사)로는 "어떤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곧, 객은 사람에게만 씁니다.
따라서 최초의 우주 여행객은 개가 아니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고,
우주선에 실려 지구 궤도에 발사되었던 세계 최초의 생물체는 Laika라는 이름의 개입니다.

어젯밤에 본 KBS2 상상플러스를 좀 들여다 볼게요.
뭔가를 자세히 풀 때 '즉,'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이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시작됩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지금 시작합니다'가 맞습니다.
곧 내보낼 방송을 누구에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KBS에서 방송을 내 보내는 것이므로,
시작됩니다가 아니라 시작합니다가 맞습니다.

계속됩니다도 마찬가집니다 4,800만 모든 국민이... 때까지 계속됩니다가 아니라
계속합니다가 맞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공이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문제를 맞히고 나면 난나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을 '세리머니'라고 했는데,
2002년에 문화관광부에서 '언론 외래어 순화를 위한 국어순화분과위원회'를 열어 '골 세리머니'를 '득점 뒤풀이'로 바꿨습니다.
문제의 답을 맞히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은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그런 낱말을 써 줘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공영방송이 나서서 세리머니라는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언론재단이 2006년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언론사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사는 KBS라고 했습니다.
신뢰도에서도 KBS는 36.3%로 다른 언론보다 높았습니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언론사별 영향력 부문에서 KBS는 지난 6년 동안 1위를 지켰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그런 신뢰에 걸맞게 방송해 주시길 ? 榻求?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껍질/껍데기]

저는 우리말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중 하나가 KBS에서 하는 상상플러스인데요.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10대들의 말로,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뜻의 '직찍'을 맞추는 것이 문제네요.

그 프로그램에서는,
맨 처음 문제를 맞춘 사람에게 주전부리할 것을 주는데,
오늘 주전부리거리는 매실차였습니다.
그걸 먹게 된 한 연예인이 그 차에 먼지가 있다고 하자,
사회자가,
'그건 먼지가 아니라 매실 껍데기'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사회자는,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를 모르고 있네요.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로,
귤의 껍질을 까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다, 이 사과는 껍질이 너무 두껍다처럼 씁니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달걀 껍데기를 깨뜨리다, 나는 굴 껍데기가 닥지닥지 달라붙은...처럼 씁니다.

따라서, 매실의 겉껍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껍질'이 맞습니다.

아마도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은 방송 며칠 전에 촬영할 겁니다.
그러면 사회자나 출연자가 잘못한 내용을 자막으로 수정해 줄 시간이 충분할 텐데...
그런 성의 있는 방송을 기대하는 제 꿈이 너무 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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