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6] 우리말) 옷깃을 스치면 인연?

조회 수 5545 추천 수 83 2007.11.06 10:26:10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낮은 좀 따뜻할 거라고 하네요.
요즘 저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납니다.
저 같은 사람 만나봐야 나올 게 아무것도 없는데......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죠?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삐리리가 있냐면서...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고...)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런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 식구 말고는...^^*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 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저는 차를 좋아합니다.
술은 싫어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사랑할까요? 사랑할게요]

얼마 전에 한 방송사에서 방송한 텔레비전 드라마 제목이,
‘사랑할께요’였습니다.
아마 지금쯤 끝났을 텐데요.
이 ‘사랑할께요’에서 ‘께요’가 틀렸습니다.
맞춤법에 맞지 않은 말을 드라마 제목으로 쓴 방송국 사람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오늘은 ‘게’와 ‘께’를 좀 구별해 볼게요.
원칙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의문형만 된소리로 적고
종결어미는 예사소리로 적습니다.

곧,
-줄까?, -할까? 이게 뭘꼬? 등과 같은 의문 종결어미는 까, 꼬로 적고,
일반적인 종결어미는 그냥
-할걸, -줄게, -할게 등과 같은 예사소리로 적습니다.

어려워요?  쉽죠?
이 쉬운 것을 방송국에서 모를 리 없는데,
‘사랑할께요’라고 쓰는 이유는 뭘까요?
자꾸 드리는 말씀이지만,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함부로 나불거리면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은 별 뜻 없이 언죽번죽 그렇게 떠들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은 그게 다 옳은 줄 알고 따라하니까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도 늘 행복하셔야 합니다.
왜냐면, 제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453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0178
1196 [2014/06/12] 우리말) 빠개다와 뽀개다 머니북 2014-06-12 5543
1195 [2010/01/07] 우리말) 강추위 id: moneyplan 2010-01-07 5544
1194 [2007/10/06] 우리말)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id: moneyplan 2007-10-08 5545
1193 [2007/11/05] 우리말) 안다니와 안다미로 id: moneyplan 2007-11-05 5545
1192 [2017/01/23] 우리말) 빼닮다, 빼쏘다 머니북 2017-01-24 5545
» [2007/11/06] 우리말) 옷깃을 스치면 인연? id: moneyplan 2007-11-06 5545
1190 [2014/01/27] 우리말) 엔간하다와 웬만하다 머니북 2014-01-28 5546
1189 [2016/11/21] 우리말) 낱알/낟알 머니북 2016-11-22 5546
1188 [2008/10/12] 우리말) 기다와 아니다 id: moneyplan 2008-10-13 5547
1187 [2011/04/04] 우리말) 조비비다 moneybook 2011-04-04 5547
1186 [2014/12/10]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말 쓰는 공공기관, 댓글 머니북 2014-12-10 5547
1185 [2015/10/05] 우리말) 살무사와 살모사 머니북 2015-10-05 5547
1184 [2007/08/03] 우리말) '역활'이 아니라 '역할', '역할'이 아니라 '할 일' id: moneyplan 2007-08-03 5548
1183 [2010/11/24] 우리말) 금도 moneybook 2010-11-24 5548
1182 [2011/06/16] 우리말) 바라겠습니다. 머니북 2011-06-16 5548
1181 [2012/08/21] 우리말) 간식과 새참 머니북 2012-08-21 5548
1180 [2007/07/18] 우리말) 평방미터가 아니라 제곱미터 id: moneyplan 2007-07-18 5549
1179 [2013/10/29] 우리말) 싸다와 쌓다 머니북 2013-10-29 5549
1178 [2012/09/06] 우리말) 재킷과 카디건 머니북 2012-09-06 5549
1177 [2008/04/25] 우리말) 가르치다의 말뿌리 id: moneyplan 2008-04-27 5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