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7] 우리말) 맥쩍다와 맛적다

조회 수 5223 추천 수 101 2007.12.27 09:39:46
지금 쓰는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양이 많지 않다는 '적다'는 뜻이 살아 있으면서 [-쩍다]로 소리가 나더라도 '적다'로 적어야 합니다.
맛적다[맏쩍따](재미나 흥미가 적어서 싱겁다)가 그런 낱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일이 있어,
저녁 술자리에 갔다가 한 잔도 마시지 않고 그냥 들어왔습니다.
남들 술잔 돌릴 때 저는 맨송맨송 앉아 있자니 영 어색하더군요.

우리말에 '맥쩍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 낱말은 맥박이 적게 뛴다는 데서 왔습니다.

잠잘 때처럼 편안하게 있을 때는 아무래도 맥박이 다른 때보다 좀 적게 뛰겠죠.
그러나 깨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나댈 때는 맥박이 좀 빨리 뛸 겁니다.
바로 여기서 온 말로,
맥박이 좀 적게 뛸 때를 '맥쩍다'고 합니다.
그 뜻이 조금 바뀌어
뭔가 재미가 없고 심심한 일을 두고 '맥쩍다'고 합니다.
그렇게 맥쩍게 앉아 있느니 책이나 읽으렴처럼 씁니다.
그러나 반대로 '맥많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

여기서,
왜 맥적다가 아니라 맥쩍다가 맞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지금 쓰는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양이 많지 않다는 '적다'는 뜻이 살아 있으면서 [-쩍다]로 소리가 나더라도 '적다'로 적어야 합니다.
맛적다[맏쩍따](재미나 흥미가 적어서 싱겁다)가 그런 낱말입니다.

그러나
'적다'는 뜻이 없이 [-쩍다]로 소리 나는 경우에는 모두 '-쩍다'로 써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맥쩍다와 겸연쩍다, 멋쩍다, 행망쩍다, 해망쩍다 따위가 이런 낱말입니다.
객쩍다 : 행동이나 말, 생각이 쓸데없고 싱겁다.
겸연쩍다 :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
멋쩍다 : 하는 짓이나 모양이 격에 어울리지 않다.
행망쩍다 : 주의력이 없고 아둔하다.
해망쩍다 : 영리하지 못하고 아둔하다.

저는 어제 술자리에 맥쩍고 멋쩍게 앉아있었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서 열심히 일한 걸 생각하니 맛적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에/에게]

오늘 뉴스를 보니,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차관과 한 국회의원이 버물어,
어떤 사업가의 돈을 받아 곤욕을 치르고 있네요.
정치인들이야 이런 일이 자주 있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닌데,
방송 자막에 한글 맞춤법을 잘 따른 좋은 보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 돈 의원사무실에 전달...”
“... 돈 의원에게 전달...”
위에서 ‘사무실에’는 ‘에’를 썼고,
‘의원에게’는 ‘에게’를 썼습니다.
‘에’와 ‘에게’를 참 잘 쓴 겁니다.

흔히 ‘에’와 ‘에게’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냥 ‘에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람과 동물에게만 ‘에게’를 씁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친구들에게 합격사실을 알렸다.”처럼 사람 뒤에는 ‘에게’를 쓰고,

“감사원은 관계부처에 시정을 지시했다.”
“중국은 한국에 ...을 요구했다.”처럼 사람이 아닌 경우는 그냥 ‘에’만 씁니다.

비슷한 낱말로,
‘한테’와 ‘더러’가 있습니다.
둘 다 ‘에게’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동물에게만 씁니다.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다.”
“이것은 너한테 주는 거다”
따위로 씁니다.
쉽죠?

벌써 목요일입니다.
이번 주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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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물다 : 못된 일이나 범죄에 관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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