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2] 우리말) 거북하다와 보깨다

조회 수 5268 추천 수 140 2008.12.12 08:56:19
비슷한 뜻의 낱말로 '보깨다'도 있습니다.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는 뜻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는 뜻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속이 참 거북합니다.
아무래도 사돈이 논을 사셨는지 전화를 드려봐야 할 것 같네요. ^^*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그럴 때
'거북하다'고 합니다.
그 낱말 말고 다른 낱말은 없을까요?

'거북하다'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할 때 씁니다.
거북하다에는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속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 속이 거북하다고 하고,
다리가 아플 때 걷기가 거북하다고 하죠.

잘 아시는 '더부룩하다'도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어 배 속이 거북하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뜻의 낱말로 '보깨다'도 있습니다.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는 뜻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는 뜻이 있습니다.
딱 요즘 저를 두고 만든 낱말 같습니다.
사라져가는 이런 낱말은 살려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속이 더부룩해서 거북한데다,
어제저녁에 갑자기 큰일이 하나 생겨 그거 때우느라 신경을 썼더니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 밥맛이 없어 먹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보다는 속이 여리답니다. 여러 면에서... ^^*

이렇게 몸과 마음이 보깰 제면 편지쓰기도 버겁습니다.
오늘 하루 더 견뎌보고 저녁에도 풀리지 않으면 내일은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금, 줄, 선]

우리와 비긴 프랑스가,
어제 이운재 골키퍼가 잘 막은 골을 두고,
골라인 안에서 받았다며 말이 많네요.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축구대표팀은 잠잠한데
다른 나라 누리꾼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걸 오늘 국제축구연맹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Patrick Vieira powered in a header from close range and must have thought he had scored.
However, the scrambling Lee Woon-Jae managed to keep the ball out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
파트리크 비에라가 골라인 근처에서 강력한 헤딩슛을 날렸고, 거의 골라인을 넘어 점수를 얻은 듯 보였다.
그러나 공이 골라인을 넘기 전에 이운재가 볼을 쳐냈다.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을 우리말로 하면 뭐가 될까요?

오늘은 금, 줄, 선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금'은,
'긋다'에서 온 말로,
"접거나 긋거나 한 자국"입니다.
연필로 금을 긋다처럼 씁니다.
'금'은 이쪽에서 저쪽까지 그은 흔적이죠.

'줄'은,
"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에 쓸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줄로 묶다, 줄을 감다, 줄을 당기다처럼 씁니다.
'줄'은 뭔가를 묶는 일종의 도구죠.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로,
선을 긋다, 선이 똑바르다처럼 씁니다.
"철선이나 전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도 쓰여,
진공청소기의 선이 짧아서 베란다는 청소할 수가 없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선'은 '금'과 '줄'의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낱말입니다.

그럼,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은 금, 줄, 선 중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줄'은 아니고,
'금'이나 '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금, 줄, 선이 같은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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