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6] 우리말) 흥청거리다와 흔전거리다

조회 수 5238 추천 수 147 2008.12.26 09:35:11
'흥청'과 소리가 비슷한 '흔전거리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생활이 넉넉하여 아쉬움이 없이 돈을 잘 쓰며 지내다."는 뜻입니다.
흥청거리다와는 달리 나쁘지 않은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누구는 그러시데요. 날마다 송년회 하느라 바빴는데 어제 하루 집에서 쉬었다고...^^*

요즘 송년회 자주 하시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술통 속에서 헤엄치는 일은 없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흥청거리다'는 말이 있습니다.
흥에 겨워서 마음껏 거드럭거리다, 재산이 넉넉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아끼지 아니하고 함부로 쓰다는 뜻입니다.
본래 흥청은 기생을 뜻합니다.
조선시대 때 여러 고을에 있는 노래 잘하고 악기 잘 다루는 기생 가운데서 뛰어난 기생을 뽑아 대궐로 보냈는데 그런 기생을 '흥청(興淸)'이라고 했다네요.
이 흥청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잔치를 벌이면 무척 시끄럽겠죠.
그래서 떠들썩한 잔치를 흥청거린다나 흥청댄다고 합니다.

흥청흥청, 흥청망청이라는 낱말도 있는데,
흥청망청의 망청은 별 뜻 없이 운율을 맞추는 대구 같습니다.
'흥청'은 이렇듯 썩 좋지만은 않은 뜻이 많습니다.

'흥청'과 소리가 비슷한 '흔전거리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생활이 넉넉하여 아쉬움이 없이 돈을 잘 쓰며 지내다."는 뜻입니다.
흥청거리다와는 달리 나쁘지 않은 뜻입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이들어 서는 식구와 함께 흔전거리며 살면 좋지 싶습니다.

요즘 경제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조금씩 아끼며 어려울 때일수록 남과 나누는 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흥청대며 술집에 바치는 돈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리라 믿습니다.
저부터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빼다 박다 >> 빼닮다/빼쏘다]

어제 아들 이야기 한 김에 오늘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제 아들은 저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어쩜 저렇게 지 아버지를 쏙 빼다 박았지?"라고 감탄합니다.
아들이 저를 닮아서 참 잘생겼거든요. ^^*

오늘은 '빼다 박다'를 소개드릴게요.

흔히,
누가 가족 중 한 사람을 매우 닮았을 경우에 흔히 '빼다 박았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쏙 빼다 박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좀 어색합니다.
무슨 말뚝을 (이곳에서) 빼서 (저곳으로) 박았다면,
빼다 박았다는 말이 될지 몰라도,
사람 모습을 보고,
빼다 박았다고 하면 좀 이상합니다.
뭐, 아빠 코를 빼다가 아기 얼굴에다 박았다는 말도 아닐 것이고...

이런 때 쓸 수 있는 좋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빼쏘다'와 '빼닮다'입니다.
'빼쏘다'는,
"성격이나 모습이 꼭 닮다"는 뜻으로,
엄마를 빼쏜 딸, 맏아들은 생김새가 아버지를 빼쐈다처럼 씁니다.

'빼닮다'는,
"생김새나 성품 따위를 그대로 닮다"는 뜻으로,
어머니를 빼닮은 여자 아이, 그는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처럼 씁니다.

제 아들과 제가 닮은 것을 두고 이야기할 때는,
빼쏘다나 빼닮다를 쓰시면 됩니다.

저는,
저를 빼닮은 제 아들이 참 좋습니다.


보태기)
'자신의'의 다른 말은 '지'가 아니라 '제'입니다.
'제 아버지'라고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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