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3] 우리말) 아뭏튼과 아무튼

조회 수 6080 추천 수 105 2009.03.03 16:21:33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라는 뜻의 어찌씨(부사)는
'아뭏튼'이 아니라 '아무튼'입니다.



안녕하세요.

웬 눈이 오네요. 가뭄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전자우편을 몇 통이나 받으세요?
저는 한 이백 개는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편지를 받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내용을 보지, 맞춤법 틀린 곳이나 찾는 그런 차가운 사람이 아닙니다. ^^*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을 보면 안 되잖아요. ^^*

그래도 어제 받은 편지에서 틀린 게 있어 바로잡고자 합니다.

1.
'아뭏튼 와라'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라는 뜻의 어찌씨(부사)는
'아뭏튼'이 아니라 '아무튼'입니다.
아무튼 불행 중 다행이다, 낳기도 전이던가 아무튼 오래전에...처럼 씁니다.
어떻든에 끌려 아뭏튼이라 쓰시는 것 같습니다.

2.
'움추리고 살면'
"몸이나 몸 일부를 몹시 오그리어 작아지게 하다"는 뜻의 낱말은
'움추리다'가 아니라 '움츠리다'입니다.
너무나 민망해서 고개를 움츠렸다, 그는 한기에 몸을 움츠렸다처럼 씁니다.

저는 날마다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제 몸이 아파도 '아무튼' 보냅니다.
비록 지금 눈이 내리지만 철은 봄입니다. 너무 '움츠리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고 삽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지난 편지 댓글에서 함께하고 싶은 글을 골라 여기에 옮깁니다.


오늘부터 이 방 문을 닫습니다.
댓글을 아무도 올리지 않으시네요.
혹시 이 방에 올라갈까봐 댓글을 안 다시는 것 같아서...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낱말은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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